오사카에서의 첫날을 보내고, 다음날 우리는 오사카에서 비교적 가까운 교토로 갔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에서 하루를 온전히 일본에 투자할 수 있는 날을 우리는 교토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오사카는 비교적 생생하게 기억이 났는데, 교토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답답한 코시국 방구석을 벗어나기 위해 기억들을 꾸역꾸역 끄집어내보려 한다.
실제로 오사카에 여행을 가는 많은 사람들이 교토를 같이 방문하는 걸로 알고 있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이고, 오사카와는 또 다른 일본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에 코시국이 끝나고 나서 오사카를 가게 된다면 꼭 같이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이때의 나는 사실상 외국에 처음 가본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였기 때문에, 교통 편과 같은 부분은 대부분 친구가 나를 이끌어 줬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교토에 도착한 뒤, 교토에서 우리는 청수사, 산넨자카 니넨자카, '후시미이나리신사' 정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산넨자카 니넨자카와 청수사는 붙어있어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었고, '후시미이나리신사'의 경우에는 다시 한번 지하철을 타고 갔던 것 같다.
산넨자카, 니넨자카는 기온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는데, 전통가옥에 길이 둘러싸여 있었고, 보통 기념품을 팔거나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가게가 많았다. 우리도 녹차 아이스크림 먹으며 목적지인 청수사를 향해 걸어갔다. 청수사는 기요미즈데라라고도 불리는 것 같은데, 산넨자카의 가게들을 구경하면서 올라간다면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갔던 4월의 일본은 벚꽃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남아있어서, 벚꽃과 함께 청수사를 볼 수 있었다. 갈색 건물들 사이를 걸어 올라가서 만난 빨간색의 청수사는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사원을 보러 오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원들이 그렇듯, 눈에 담고 사진을 찍는 것 말고는 크게 할 것이 없었기에 두 눈에 가득가득 담고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간단하게 우동과 튀김으로 배를 채우고, 아까 올라왔던 산넨자카와는 반대쪽인 니넨자카 거리로 내려갔다. 니넨자카 거리에서 그 당시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꼭 들려야 할 핫플레이스는 블루보틀이었다. 그때 당시에 우리나라에는 아직 블루보틀이 생기기 전이었고, 교토의 블루보틀은 세련된 로고와 오래된 풍경이 어우러져서 특히 인스타그램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성지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오랜 걸음에 지친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셨는데, 스타벅스도 일본 전통가옥에 지어져서 그런지 아직도 그때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있는 듯하다. 또 니넨자카 거리로 내려가다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토토로를 만날 수 있는데, 지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방문해보길 바란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었고, 토토로, 포뇨, 고양이 등등 지브리의 다양한 인형과 굿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지브리 스토어까지 방문한 우리는 여우 신사라고 불리는 후시미이나리 신사로 향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도 청수사와 똑같이 빨간색의 사원이었다. 그래서인지 신사보다는 오히려 신사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들에 더 눈이 갔다. 비가 내리다가 맑아진 하늘에, 신사 근처의 평화로운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약간의 행복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후시미이나리 신사에는 붉은 토리이가 쭉 늘어져있는 곳을 상당히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은 좁은 통로에서 우산과 관광객에 치일 수 있으니 날씨정보를 꼭 잘 확인하고 가길 바란다. 그때의 안 좋은 추억이 떠오르는 것 같아, 사진도 토리이 사진이 아닌 풍경 사진으로 대체했다 (Peace)
그렇게 교토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숙소 근처인 우메다로 돌아갔다. 저녁을 먹기 전에 우리는 우메다 스카이 빌딩에 가서 오사카의 야경을 구경하기로 했다.
오사카로 돌아오니 역시 많은 한국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우메다 스카이 빌딩에 서있는 줄의 반절 이상은 한국 사람으로 보였다.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려서, 오사카의 야경을 볼 수 있었지만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고, 흐린 날씨라서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이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 출출해진 다른 친구에게 추천받은 야끼니꾸 맛집을 찾아갔다.
사실상 이 날 저녁으로 먹었던 야끼니꾸가 2박 3일간의 일본 일정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사진에서도 느껴지듯이, 정말 맛있는 고기였다. 가격은 28살의 나에게는 조금 비싸게 느껴졌던 것 같은데, 절대 후회하지 않을 맛이었다. 개인적으로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의 그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걸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내 인생에서 최고의 음식이었던 것 같다. 오사카를 가게 된다면, 여긴 꼭 방문하시길 바랍니다.(진지)
밥을 먹은 우리는 또 먹으러 갔다. 둘이서 모은 돈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서, 숙소 앞의 꼬치집에서 탕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남은 돈을 탕진하고, 우리의 일본 여행도 끝이 났다.
오사카와 교토를 왔다 갔다 한 건, 우리나라로 치면 딱 대구와 경주를 다녀온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분명 도심 속에 있었던 것 같았는데, 기차를 타고 잠깐 갔더니 옛 가옥들과 빨간색의 신사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한 번의 여행에서 이렇게 두 도시의 매력을 느끼는 건 정말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오사카는 코로나가 끝나고 난다면 한 번쯤은 더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일 뿐만 아니라, 나는 아직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가보지 못했고, 비 때문에 완전한 행복을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 정도면 더 이상 친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한 번쯤 혼자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망설이고 실수하겠지만, 사진도 많이 찍을 순 없겠지만, 순간순간을 눈에 담고 걸어나간다면 모든 여행이 나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우선 코로나가 빨리 끝나길 빌어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