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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over

내 인생의 노래 (30) - 아시아 3개 국어로 불려진 명곡

by 두기노

주말 아침 댓바람부터 아들에게 바람을 맞았다. 가계에 보탬이 될 뭔가를 전해주기 위해 몇 번의 카톡을 주고받은 끝에 금요일 밤에 겨우 잡은 약속이었다. 아니 나는 그게 약속이라고 생각했다.

새벽 운동길에 걸어서 20분 거리의 아들 맨션 앞에 도착해서 호수를 확인한 후 벨을 눌렀는데 응답이 없다. 7-8번 정도 눌러도 반응이 없고 보이스톡도 신호만 갈 뿐 대답이 없다. 조금 화도 나고 짜증이 나서 아내에게 문자를 했더니, “20대 중반 남자아이니까 그 시간에 일어나기 힘들 수 있다”라고 나더러 이해하라 한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적으로 너무 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무심함을 넘어 살가움이 없는 아들에게 그동안 쌓인 섭섭함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집에 물건을 다시 갖다 놓고 언제나처럼 5킬로 남짓 달린 후 기분 좋게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서운함은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운동 후 긍정에너지가 거의 가득 수준으로 재충전되고 나니 문득 아들이 오히려 애틋하게 느껴졌다. 대학교 1학년부터 일본으로 와서 지금까지 부모에게 큰 걱정 한번 안 끼치고 혼자 6년 이상을 씩씩하게 생활하고 있는 아들이 한없이 대견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의 간사함은 어쩔 수 없지만, 꼴에 그래도 부모랍시고 지내온 부끄러운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부모사랑 내리사랑’이라는데 내 부족함을 다시 한번 힐난하고 반성하게 된다.

성격은 완전 딴판인데 외모는 나를 닮아 길고 가는 ‘ 빼빼 장군‘ 신체를 가진 아들.
왼쪽 어깨가 처진 것까지 닮아서 안 좋은 것만 물려준 것 같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픈 아들.
부모로서 준비가 부족했던 스물일곱 어린 나이의 철없고 미숙한 아빠를 만나 좌충우돌 시행착오의 희생양이 되어 온 아들.
부모로서 서운할 때면,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하며 내 삶에 많은 성찰을 주는 아들.
평소엔 무뚝뚝하지만 둘이 만나 식사라도 할 때면 묻지도 않은 것까지 주절주절 조용히 쏟아내는 사실은 수다쟁이 아들.
‘운동만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다‘는 아빠의 잔소리를 지금까지 백번 이상 들으면서도 조용히 끄덕여주는 아들.
꾸준히 필라테스나 홈트를 하며 나름 아빠의 잔소리를 체화해서 자신의 루틴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아들.
사회 초년생으로서 바이어스가 될까 봐 대놓고 얘기를 안 했음에도, 알아서 공허한 인간관계에 신경 안 쓰고 여행을 최고의 가치라고 터득한 아들.
엄마 아빠에게는 어딘지 데면데면해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먼저 연락도 드리는 아들.
그래서 그리고 그저 고마울 따름인 아들.

누군가 그립고 무언가 감사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왜 나는 이 노래가 그리도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Love is over

노래가사는 ‘사랑을 끝내자고, 사랑은 끝났다고‘ 하는데,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모든 게 사랑스럽고 모두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변태다. 아마도, 섭섭함과 서운함을 평생 지니고 살며 서로 지지고 볶아도, ‘이젠 가족이고 나발이고 다 끝이야‘라고 토라져 등을 돌리고도 다시 그립고 보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을 이 노래에 투영하고 싶은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내게 이 노래는 끝이 아니라 시작, 언제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해주는 노래이다. 지금까지 수백 수천번 이상 그 끝과 시작을 반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사랑이 미숙할 뿐이다. 어느 순간부터, 부족하고 어눌한 사랑을 끝내고 더 많은 것을 나눠주는 그런 사랑을 매일 다시 시작하고 있다. 더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이 노래를 듣고 또 듣고 있다.



<Love is over>는 대만계 가수인 Ou Yang Fei Fei (歐陽菲菲)가 1979년 일본에서 발매한 앨범에 최초 수록되어 있던 노래이다. 제목만 영어일 뿐, 원곡은 일본어 노래이다. 어느 정도 연식이 있는 일본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노래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조장혁이 리메이크했는데, 특유의 허스키보이스와 호소력 짙은 가창력을 통해 원곡이상의 느낌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중국권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 등에서 자주 불려지는 노래이기도 하다.

https://youtu.be/xfWnmxUP-PI?si=fgQ067xG2esTnrzE

https://youtu.be/1WFkVyZc80k?si=WDzPbJDYG0b_plLi

https://youtu.be/v9SSd-VnAvY?si=p27uvOVe2g6Qao7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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