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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과실

내 인생의 노래 (31) - 真夏の果実

by 두기노

오늘은 8월의 마지막 날. 내일부터 달력상 가을로 분류되는 9월이지만, 바깥 기온은 34도를 가리키고 있다. 달력의 계절과 현실의 계절은 서로 엇갈린 채, 아직 한여름의 열기를 놓아주지 않고 있다. 이 묘한 시차 속에서 문득 떠오른 노래가 있다. 유머와 서정을 넘나드는 일본 최고의 싱어송 라이터이자 대중음악계의 상징인 구와타 케이스케가 이끄는 서던올스타즈(Souther All Stars)의 「真夏の果実」.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오늘도 여전히 뜨거운 하루지만, 늦여름의 일요일 오후는 어딘가 쓸쓸하다. 이 노래에는 뜨거움과 쓸쓸함이 동시에 담겨 있다. 한낮의 태양처럼 불타던 사랑도 결국 그림자를 드리우고, 여름의 과실이 가장 달콤할 때 상하는 것처럼, 사랑의 절정도 영원하지 않음을 노래한다. 상실감이나 쓸쓸함은 보통 가을이나 겨울과 연관되지만, 한여름이라는 계절 속에서 노래되는 것을 들으면 오히려 색다른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학창 시절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느꼈던 왠지 모를 우울함을 떠올리면, 이 노래의 배경 설정이 꽤 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내 삶의 뜨거웠던 계절들을 떠올린다. 뜨겁게 갈망했지만 결국 붙잡지 못했던 순간들, 너무 뜨거워서 나 자신에게도 상처를 주고 주변에도 미숙함을 드러냈던 순간들. 지금도 내 속의 뜨거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냉철함과 절제, 그리고 거리 두기를 통해 지나친 열기 대신 따스한 온기로 열정을 이어가려 한다. 한때의 뜨거움이 남긴 화상은 오히려 지금의 내 삶을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드는 과실이 되었다. 뜨거움이 클수록 더 크게 느껴지는 덧없음 속에서, 오늘도 나는 조금씩 성숙해 가고 있다.


한편, 노래 가사 중 ‘四六時中も好きと言って(언제나 좋아한다고 말해줘)’라는 부분이 있다. 일본어를 처음 배울 때 나는 ‘四六時中も’를 ‘새벽 4~6시에도’라고 오해했었다. 문맥상 크게 틀린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일본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4×6=24, 즉 하루 종일, 언제나’라는 의미임을 알게 되었다. 이 표현은 사전에 올라 있는 정식 표현이지만, 일상 회화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이 표현을 쓰려하면, 일본 친구들은 웃으며 ‘사잔(Southern의 일본식 발음)이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서던 올스타즈의 이 노래에서 특히 강렬하게 사용된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1978년 결성 이후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일본 최고의 밴드, 서던올스타즈. 그 프런트맨 구와타는 청춘과 해변, 자유와 유머로 출발한 가수였다. 그러나 그의 노래가 단순히 밝고 경쾌하기만 했다면, 이렇게 오래 사랑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真夏の果実」 같은 발라드에서 그는 삶의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바닷가의 고독, 사랑을 잃은 뒤의 허무, 그리고 그 속에서도 남아 있는 달콤한 기억. 그의 목소리에는 그 모든 풍경이 묻어 있다.


구와타는 한때 식도암 진단을 받아 무대에 설 수 없었지만, 건강을 회복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장난기 넘치는 모습으로, 특유의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와 누구나 따라 부르게 만드는 친근한 멜로디를 선사한다. 언젠가 꼭 그의 콘서트에 가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서던 올스타즈 결성 50주년을 맞는 3년 안에 말이다. 그때는 내가 아는 몇 곡을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르고 싶다.


https://youtu.be/8OCvkuxnIuw?si=ipzZXOeXOdGW0V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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