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이 되어야 한다는 무거움

by 권영웅

가치관이 흔들리는 시기다.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를 자꾸 생각한다. 당장 취업하는 게 맞을지, 좀 더 좋은 조건을 선택해야 하는지. 근무지는 역시 집과 멀지 않은 국내일지, 내가 원하는 해외도 괜찮은지 스스로 물어본다. 가족 곁에 있으라는 마음과 도전하고 싶은 욕심 사이에서 흔들린다. 그래서인지 생각이 깊어진다.



아빠처럼 가족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고 싶지만, 아직은 부족한 모습에 노력 중이다. 하루를 바쁘게 지낸 엄마의 표정을 살피며, 용기를 내어 “오늘 하루는 어땠어?”, “00은 해결됐어?”, “할머니는 어때?”와 같은 질문을 건넨다. 돌아오는 말들은 바위처럼 무겁다.



저녁 먹고 틈틈이 이력서를 다듬고, 남는 시간엔 가족들 옆에 앉아 대화한다. 밤 9시 집 안의 불을 다 끄고 이불을 목까지 덮고, 늘 바빴던 아빠의 모습을 떠올린다. 부모님, 아내, 가정, 고객, 취미, 인간관계. 과연 그 많은 줄들을 잡고있는 삶은 얼마나 벅찼을까. 몇 가지 내려놨더라면 숨 좀 돌릴 수 있었을 텐데... 그 무게가 나에게 점점 다가온다.



알바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은 내게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 처음엔 과한 관심과 친절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한참 뒤에야 마음을 열었지만, 그들 일상에서 흘러나오는 가족 이야기와 밝은 표정. 나는 대화에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고 거리를 두게 된다. 공무원을 준비하고 고향에 남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인 걸 안다. 가슴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어, 이 현실이 가끔 괴로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점심시간, 전날 회식으로 힘들어하는 직원들을 보며, 공익 때 함께 했었던 동료들을 떠올린다.(나는 동료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나였다면 그들에게 먼저 다가갔었다. 가끔 길에서 예전 동료들을 마주치거나 그들의 근황을 전해 들으면, 옛 추억이 그리워지고 지금 상황과 비교하면서 손가락을 깨문다. 술도, 게임도, 친구들도 보고 싶지만, 언젠가의 내일을 위해 그것들을 참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