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영아 방금 난 전신 스크린 통과 안 했다?”
10년 넘게 해외 출장 갈 때마다 모시고 다니는 회사 사장님이 자랑(?) 같이 말씀하셨다. LA공항 검색대를 지나는 순간이었다.
전신 스크린 검색대는 인천공항 제2여객 터미널에도 설치되어 있다. 한국을 떠나올 때 사장님도 나도 전신 스크린을 통과해야 했기에 기억이 남는다. 그런데 사장님은 무슨 이유로 LA공항에서 전신 스크린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은 걸까?
“70세 이상이라고 나를 따로 부르더구나. 미국 공항 녀석들 예전에는 그렇게 못살게 굴더니 이제 나이 좀 먹었다고 아주 편하게 모시는구먼.”
완전 부럽습니다 맞장구쳐드렸는데, 한 말씀 더 하셨다.
“근데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난 좀 슬프구나.”
인천공항에서도 이민국 수속을 밟을 때 70세 이상은 줄을 길게 설 필요 없이 따로 통과하는 루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나도 보호자로서(?) 그 루트를 따라 사장님 모시고 같이 통과했다.
10년 전에는 사장님도 나도 헤비 스모커였다.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 공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흡연구역부터 찾기 바빴다. 보딩패스를 받고 담배 한 대 피우고, 점심 먹고 또 담배 한 대 피운 후에야 검색대를 통과해 게이트로 향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사장님은 칠순이 넘었고 나는 마흔이 되었다. 지난 10년 동안의 변화라면 사장님도 나도 건강을 생각해 담배를 끊었다는 점.
가끔 시간을 속일 수 있다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LA 특유의 쿨한 밤공기를 마시며 담배 한 대 피워보고 싶다. 2PAC의 <California Love>는 캘리포니아에서 들으면 느낌이 다르다고 거들먹거리면서.
“사장님 아직 호시절은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열심히 달려보시지요. 호텔 앞에 웬디스 햄버거 가실까요?”
호기롭게 말씀드리고 사장님 모시고 찾은 웬디스는 저녁 8시밖에 안됐는데 문을 닫았다. 미국 경제가 역대 유래 없는 호황기라는 말은 사실일까?
출장 이틀째 네쉬빌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