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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바구니 Feb 23. 2022

댓글 기피자가 유튜브 댓글은 보게 된 이유

어설픈 팬심에 연료를 공급하다

인터넷 댓글에 항시 노출되는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일까. 댓글은 가급적 멀리하고 싶다.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댓글은 보지 않는다. 정말 궁금해서 댓글창에 들어갔다가 아연실색하고 나온 적이   번이 아니다. 물론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는 어깨가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악플 폐단, ‘사이버렉카 파괴력까지  것도 없이 내게 댓글은 언제나 위험한 대상, 기피하는   편한 대상이었다. 특히 포털 뉴스, 회원이 아니어도 누구나   있는 인기 커뮤니티를 수놓는 댓글은 공해나 다름 없다고 여겼다.  때는 이런 댓글이라도 붙잡고 여론의 실체에 다가서려 해본 적이 있었으니 너무 심한 말인가. 아니다, 그래도 있는 것보다 없는  훨씬 나을 거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유튜브 댓글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리즘의 포로가 되어 J 영상을 파고들면서 영상 못지않게 댓글 보는 재미에 빠지고 말았다.

5  발표한 곡이 역주행하면서 이전 영상들을 찾아본 이들은 재치와 ’드립력넘치는 댓글들을 남겼다. 노래 가사를 유쾌하게 비틀어서 자신의 처지에 대입한 댓글을 보면서는 피식 웃었고, 유머와 페이소스가 녹아든 감상평에는 나도 모르게 감탄했다.

이타적 댓글도 기억에 남는다.  다른 멋진 직캠을 추천하거나 아예 직접 영상 링크를 남겨준 것은 물론, 영상  J 동작의 변화(이를테면 눈웃음) 시간까지 표시해서 공유해주는 분들이 있었다. 친절과 나눔의 미덕을 탑재하지 않고는 좀처럼 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앞서서 J 매력을 발견한 이들의 댓글은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덕질이라 부를 만한 정보와 성실성, 열정은 결여했으나 호기심만큼은 충만한 나같은 팬에게 팬심이 싹을 틔우도록 꾸준한 연료를 공급해줬다고나 할까.


무엇보다 댓글은 나를 안심시켰다. J 썸네일이 보이면 수년  영상 클립까지도 기어이 클릭하고 마는 증세를 나보다 먼저 겪은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이 그 곳에는 있었다. 그래서 마음 놓고 3-4분짜리 클립을 연이어 보고 말게 되는 부작용은 있었지만, 적어도 ‘나만 이런 것이 아니었구나’ 라며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연예인의 동영상이라는 특성상 악플이 절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을 것이고, 따라서 댓글의 ‘유해성’도 상대적으로 희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익명성을 무기로 휘두르지 않는 댓글은 분명 약간의 안도감을 선사했고, 그보다 좀더 큰 즐거움을 주었다.


막상 적으려고 보니 ‘개똥철학’에도 미치지 못할 수준이지만, 취향을 가진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어렴풋이 확인한 들도 있었다. 우리는 남들이 하지 못한 유니크한 경험을 갈구하지만, 동시에 타인으로부터의 공감을 원한다. 남과는 다른 나만의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매지만, 나와 닮아있는 누군가에게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나만의 경험이란 것도 남에게 공감과 인정을 받은 후에야 진정한 ‘ 으로 완성되기도 다.


역시 적고나니 부끄럽다. 그래도 영상에 몰입하면서 떠오른 생각 치고는 아주 엉망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우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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