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물 그리고 햇살이 만나는 아지트_ '옹달샘'

세상에서 가장 센 사람이 된 기

 나의 삶 속에는 '자유'라는 명사보다 누가 정했는지도 모르는 '틀' '기준' '보편' '기대' '책임'과 같은  명사와 함께한 시간이 많다.  삶의 대부분을 그들 다섯 명사와 보내며, 내 시간을 내어주거나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언감생심 종교적 가르침까지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내가 아직 종교를 갖지 못한 까닭이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는 만끽한다. 여행 다닐 때 산에 갈 때 성당, 교회, 절 앞에서 자유롭게 손을 모으고 나와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생 후반전 두 번째 기적을 준비하면서 아침 다르고 저녁 달라지는 변덕스러운 마음을 달래 보려고  절대 믿지 않기로 했던 '사주팔자'까지 경험했다.  지인이 알려준 그곳은 예약 후 6개월은 기다려야 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지금이 인공지능 시대가 맞나? 볼을 꼬집어 봤다.  실제 약 6개월 뒤 날짜와 장소를 알리는 문자가 왔고 아내와 나는 어느 가정집에서 경건한 자세로 그분과 마주했다. 많은 말을 들었지만,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나를 옹달샘으로 표현했던 말이 뇌리에 콕 박혔다. 강, 바다와 비교하면서 말을 이었는데 작은 그릇이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런데 말이야 그 옹달샘에는 항상 햇살이 비치고 있어"라는 한마디가  없었더라면 나는 복비 환불 소송을 시도할 뻔했다. 

지금까지 옹달샘은 토끼가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는 정도로 알았는데 그때부터 옹달샘에 큰 관심이 생겼다.  '세수하기조차 너무 작아서 물만 먹고 간 건가?'  산에 갈 때마다 옹달샘을 찾아봤다.  드디어 겨울이 오는 길목 관악산에서 햇살이 가득 담긴 옹달샘을 발견했다.  그리고 유심히 관찰했다.

얕고 투명하다.  

어디선가 물이 계속 들어온다.  

들어온 만큼 물을 흘려보낸다.  

샘 크기에 맞는 적당한 물을 유지한다.  

낮에는 햇살 윤슬(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이 가득하다.  

밤에도 달빛 윤슬(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이 가득할 것 같다.  

주변의 나무가 바람과 뜨거운 태양을 적절히 막아준다.  

작아서  보잘것없기보다 적당한 욕심, 풍요로운 여유,  세련된 아름다움이 보인다.

토끼가 세수를 하지 못한 까닭은 너무도 맑은 물이었기에 먹는 물이라 생각을 바꾸지 않았을까.  

산봉우리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작고 오목한 샘으로 흘러들어 그 공간을 채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오목한 모양만큼 필요한 건조함을 적당히 적신 후 남는 에너지는 정중히 아래로 흘려보낸다.  얕은 샘에 가득한 맑은 에너지는 바닥까지 투명하다. 잔잔히 흐르는 물에 햇살이 더해져, 반짝반짝 빛나기까지 한다.  마치 별빛이 물속에서 터져 나오는 듯하다. 이 작은 오목함은 햇살이 주는 미소 같은 빛과 함께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사주 도사가 말한 '옹달샘' 같은 사람은 바로 이 뜻이길 바란다.  세상에서 가장 센 사람이 된 기분으로 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