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법' '개인정보 유출 심각' 이라고 떠들어도 망설이 않고 공짜로 나눠주는 개인정보가 있다. 이름, 전화번호, 직장, 직책 심지어 어떤 이들은 사진까지 박힌 화려한 종이를 무료로 나눠주면서 깍듯이 인사까지 한다.
직장에서 마지막 근무를 앞두고 큰 종이박스에 이것저것 짐을 챙겼다. 그중 아래 서랍속에 꽉들찬 명함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주고받은 명함으로 맺어진 인연들이 소복히 쌓여있었다. 사진만 찍으면 명함 정보가 자동으로 입력되는 앱이 있어서 망정이지 예전처럼 하나하나 입력했더라면 입이 쫙 벌어지는 양이었다.
'아! 이걸 가져가야 하나 말아아 하나 ' 망설인 시간이 제법 길었다. 버리기에는 이 사람들에게 예의가 아닌듯했고, 개중에는 잊고 있던 추억을 소환해 줄 분도 있지 않을까 기대가 생겨 박스에 담았다.
스마트폰을 살펴보니 네이버 주소록에 8,617명 리멤버에는 2,572명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체크해 보면 같은 사람이 제법 많이 들어있을 테다. 회의 참석할 때 요식행위처럼 나눈 명함, 행사, 포럼, 세미나, 교육, 등 지금 바로 내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어도 모를 사람들의 명함이 수두룩하지 않을까.
명함 속 이름만 보고는 어디서 만났는지 왜 받았는지 언제 만났는지 모를 짧은인연투성이. 그렇지만 그 명함을 주고받을 때 첫 마음을 돌아보는 마음으로 명함 상자 뚜껑을 하나씩 열어 본 뒤 작별 인사를 나누려 한다.
과연 내가 명함 속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지 돌이켜 보고, 잠시 기억을 벗어나 있던 소중한 인연은 없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