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학문
비평은 가치 판단을 하는 작업이다. 비평의 관점에 입각하여 몇 권의 책을 비평하고자 한다.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다수의 문학작품과 비평문들을 읽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단순하게 책을 읽는 행위는 소비이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 창출의 행위는 생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평의 네 가지 관점에 입각하여 몇 권의 책을 비평하고자 한다. 첫 번째 책은 막스 베버가 쓴 직업으로서의 학문이다.
요즘같은 시기에 재미가 있거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대학을 다니는 사람이 있을까? (사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이지만.) 흔히들 4차산업혁명이 도래하고, 통합과 융합이라는 것이 중요시 되는 사회에서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하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범주에 들어간다. 순수 학문을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양면성을 동시에 지닌다. 한편으로는, 정말 그 길에 뜻이 있거나 정확한 자리가 있을 때는 그 혹은 그녀의 선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혀를 차며 딱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에게 보이지 않는 막연하고도 어두운 미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그 어두운 미래라 함은 '정상적인' 자리가 없을 지도 모르는 불안함과 특히 한 가정의 가장이라면 온몸으로 느껴야하는 추위이겠다.) 하지만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학문'은 특히나 실용적인 지식만을 뜻깊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요즘같은 시대에, 꼭 학자의 길을 걸으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모두에게 조용한 연못에 큰 돌을 던지는 것과 같은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베버는 19세기 독일의 사회, 정치의 근간에 기여한 학자로 유명하며, 종교사회학의 관점에서 연구를 시도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베버이론의 입문교재로 적절한 책 중 직업으로서의 학문과 정치로서의 학문이 있다. 흔히 짝을 이뤄 공부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 텍스트는 막스 베버가 독일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이다. 본문에서 베버가 중요시 하는 요인은 탈주술화, 주지주의화, 합리화이다. 그는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학자로써, 학자와 교사와의 역할은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지도자의 모습을 멋지게 보여주는 말들을 하고 있었다.
그는 세 가지의 관점에서 학문이 우리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첫째, 기술적 지식 제공
둘째, 사고의 방법이나 도구, 이를 위한 훈련으로서의 의미
셋째, 명확함
강연문임에도 불구하고 효용론적 관점에서 이 책을 분석해 볼 수도 있겠다. 이 글은 정치적인 선동이 되어 교훈을 극대화 시키는 카프문학이나 노동문학적인 특성을 지니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효용론적 관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는 성경책 혹은 누군가에게는 불경처럼 삶의 매 순간에 글을 읽는 독자에게 잠언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학문은 절대 먹고 살기 위한 편안함이나 실용적인 지식을 주지 않는다. 다만, 그 이상의 어떤 의미ㅡ어떠한 입장을 취할 경우에는 이러한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혹은, 어떠한 목적을 얻고자 한다면 이러한 부수적인 결과도 감수해야 한다ㅡ 즉, 스스로 삶이라는 것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학문은 오늘날에는 자각과 사실관계의 인식에 이바지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행해지는 '직업'이지
구원재와 계시를 주는 예견자나 예언자로부터 받는 은총의 선물이 아니며 또는 세계의 의미에 대한 현인과 철학자의 성찰의 일부분도 아닙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의 역사적 상황의 불가피한 소여인데,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충실한 한에서는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다만 효용론적 관점에서 아쉬운 점은 베버가 그 당시의 자국과 미국과의 교육 및 문화구조에 대해 비교분석을 해 놓았다는 것이다. 이것을 21세기 한국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어떻게 가치전달을 할 수 있고, 교훈을 줄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독자의 재량에 달려있다.
사회문화비평에도 속할 수 있는 이 본문을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도 바라보자. 특히나 19세기 중후반에는 자본주의에 대항하여 사회를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로 나누는 유물론적 사고가 근간이었다. 물질과 그 물질의 이동이 삶과 사회를 규정한다는 유물론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베버는 상부구조라는 단편적인 이미지를 논박하는 것이 아니라 토대 자체에 변화를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적인 논리에 따르면, 물적 기반이 마련 되어 있을 때 정신적인 것들(문학, 정치, 예술, 교육 등의 형태)이 자리잡는다. 하지만 그 당시의 학생들에게 베버가 요구하는 것이 진정으로 성립되려면 하부구조가 탄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구조적인 관점에서는 사강사(시간강사)들도 프롤레타리아라는 계층에 속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난관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 책은 공부를 계속해나가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필수서적이다. 하지만 공부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자세도 다시금 고쳐주게 하는 것 같다. 명확한 답은 없다. 늘 어렵지만, 결국 선택은 자기 자신의 몫이다.
*직업으로서의 학문, 막스 베버, 문예출판사
겸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