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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her Apr 11. 2024

퓨처랩 창작 스터디

웹 장르와 문헌학의 사이에서

소위 말하는 (엠지 세대를 뛰어넘은) 젠지 세대에게 웹소설과 게임 창작물은 인기있는 장르이다. 이들은 글자/기록 그 자체보다는 엄지손가락을 이용하여 재빨리 스크롤을 내릴 수 있는 웹툰을 더 좋아할 것이다. 실제로 광주대 문예창작과는 '웹소설 창작 연구소'를 출범했다. 문예창작학으로 유명한 동국대, 명지대 및 예대도 이러한 시류에 편승하는 듯 하다. 게다가, 웹장르물은 새로운 이론적 지평에서 동시대 문학을 조망하기 위해 중요한 연구 대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웹'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한 지금 웹 장르를 익히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전통적인 문학사를 익히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문학을 세계적 관점에서 교육하는 데에 기여하고 싶은 것은 나의 (끝나지 않을)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그 중에서도 나의 전공인 독문학을 연구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기는 하지만 당장 이룰 수 있는 목표는 전혀 아니다. 웹 장르 문화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연구자로서 어떻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와중에 스마일 게이트 퓨처랩에서 주관하는 창작 스터디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


https://futurelab.center/front/news/news-view?G_MENU_SEQ=&newsSeq=233&newsGroup=&searchVal=


십 수년 전 부터 문학은 이미 죽음을 맞이했다. 상아탑도 쓰러진 지 오래인 듯 하다. 이제는 "적혀가고 있는 것"(황호덕 2019, 288)이라는 표현처럼 문학계는 새로운 지평을 맞이했다. 나는 문학을 연구하는 학생으로서, 제도권을 오가는 비평가 및 연구자들을 존경한다. 책을 읽고 연구하며 글을 쓴다는 것은 겁이 없어야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말 끝이 보이지 않고, 똑똑해야 하며, 많은 운이 따라야 한다.

반면, 학계의 단점은 고답적이다. 나는 학계라는 곳이 대외적으로 지식을 생산하는 공론장이라고 생각하지만, 계보학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글이나 이를 시행하지 않은 연구자는 들어올 수 없는 답답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학문적 진정성이라는 목표는 중요하지만 역설적으로 지식의 빈부격차가 발생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첨단기술과 그래픽에 기반을 둔 SF 소설과 게임/소설의 세계관은 동시대 문학의 특수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새로운 장르가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젊음 가득한 어린 친구들의 열정어린 태도는 높이 사지만, 논문을 계속해서 읽어나가야 하는 대학원생으로서 깊이 없는 창작물은 죄송하게도 거부감이 든다. 요즘에는 이런 저런 일들을 경험하며, 머리로는 끝없이 공부하되 일반적인 교육적 마인드 혹은 교육의 대중화를 어떠한 방법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https://newsroom.smilegate.com/news/1711945201


(논리적 비약이 있을 수 있겠지만) 퓨처랩 창작 프로젝트는 지식의 접근성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지식의) 빈부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는 기회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참가자 대부분이 게임 개발과 관련된 직무에 종사했고 이러한 사실을 짐작하고도 참여하긴 했지만, 나로서는 생경한 경험이었다. 21일은 현실적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의 주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의 연구와 그 목표를 설명할 수 있을지를 직접 고민하며 체험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참고문헌과 인터넷자료

스마일게이트 언론보도 자료(본문참조)

황호덕, 멜랑콜리 이후의 중동태들, 다시 문학사 병원에서, 문학과사회 32(2), 2019, 282-309.

남도일보, 광주대 문예창작과, ‘웹소설 창작 연구소’ 출범,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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