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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꽥 Dec 13. 2020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그들의 이별에 대한 고찰

장애시점으로 해석한 그들의 이별에 대해



*스포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영화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본 사람을 위한 이야기다.


일본 원작은 작품성이 높게 평가되고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만큼 여러 후기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엔딩을 빼놓고 얘기 하기가 어려운데..

모두들 알다시피 이 영화는 뻔하고, 그렇고 그런 해피엔딩의 결말을 맞이하지 않는다.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포스터


이건 단순히 비장애인 츠네오, 장애인 조제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아예 장애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츠네오가 떠난 진짜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고 싶었다.


결말이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정확한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여러 영화평론가, 사람들의 평가를 들어보았을 때 츠네오의 '도망'을 단순히

조제가 장애가 있기에 현실에 부딪혀 도망간 것으로만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던져주는 의미를 그저 밖에 보이는 표면적인 것들로 해석하고 있는건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 아쉬움은 내가 휠체어를 타는 장애 여성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둘의 이별은 예견되어 있었다.



나는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혹은 어떠한 여운이 계속해서 떠나지 않아

이따금씩 생각날때 마다 틀었다.

몇년 간을 거쳐 문득 조제호랑이그리고 물고기들 병에 걸려 다시 영화를 보았고

몇 년 후 또 보았다.

처음봤을때 그저 츠네오가 조제를 버리고 떠난 '나쁜놈'처럼 보였고

두번째 봤을 땐 '이들도 다르지 않는 평범한 사랑'으로 보였다.

그리고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많은 것들을 알아가고 있을 때

단순히 '조제를 버린 나쁜놈'도 아니였고,

'여느 연인과 다를바 없는 커플'도 아니였다.

영화를 두번 세번 본 사람은 알겠지만, 처음에는 알지 못했던 장면과 감정들을 볼 수 있다.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책을 읽는 조제의 첫 장면
'언젠가 너는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
라고 베르나르가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너를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
우리들은 또 다시 고독해질 거고,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어.
거기에는 또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야.
'응 알고 있어', 라고 조제가 말했다.




둘이 사랑이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또 다시 조제는 고독해질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시작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듯이. 언젠가 헤어짐이 있을 거라는 걸 예견하고 있었다.


츠네오는 장애가 있는 애인을 배려하는 착한 인물만은 아니다.


이 말은 무슨 뜻이냐고?

장애가 있는 연인을 무조건 적으로 도와주는, '천사', '착한 사람' 아니는 것이다.



애인을 있지만, 조제가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조제를 만나기전,

츠네오는 애인이 있음에도 섹스파트너를 두는 사람이자

연인을 만나고 있음에도 조제에게 사랑에 빠진(이라 쓰고 바람이라 읽는다) 츠네오다.


이렇듯 그는 자신의 감정이 타인보다 '자신의 감정이 더 중요한 이기적인 사람'이다.


조제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그가 도와주기위해 다가갔다거나, 조제를 마냥 배려한

그런 단순히 착한 애인아니라는 뜻이다.


조제를 처음 봤을 때

밖에서 할머니 유모차에 꽁꽁 쌓여 얼굴조차 보여지지 않은 신비로운 존재였지만,

사실은 호기롭고 당돌한 사람이었다.


할머니가 주어온 책들을 모조리 다 읽어버려 온갖 지식들을 꿰고 있는 똑똑한 그녀,

높은 나무의자에 올라가 생선을 구우며 맛난 요리를 해내는 신기한 그녀이자,

아무렇지 않다는듯 땅바닥에 다이빙하며 '쿵'앉아 기어가는 재밌는 조제였다.



조제가 마음에 들어온 츠네오

착한 마음으로 다가간게 아닌

그녀는 츠네오 눈에 들어왔고 계속 생각나는 사람이자,

계속해서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었던 것.


츠네오는 조제에게 사랑에 빠졌다. 츠네오가 더 많이 사랑한 거 같다.

그래서 싱크대를 개조해주고 싶었고 할머니 없이 혼자 살고 있을때 그녀가 걱정됐다.

더 넓은 세상을, 푸른하늘을 보여주고 싶어 유모차에 스케이드보드를 달아 함께 나갔던 것이다.

조제에게 멋진 하늘을 보여주고픈 츠네오


이는 단순히 이건 몸이 불편한 그녀를 도와주기위함이 아닌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하면 연인을 위해 해주고 싶고 위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츠네오의 후배가 조제를 보며 "장애인 처음봤어"라고

그저 장애인으로만 생각하고 신기해하며 말할 때도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를 단지 조제를 '장애인'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기 보다

사람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장애를 포함한 조제라는 사람자체를 사랑한 것이다.


츠네오가 그저 착한사람, 동정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조제를 떠나지 않았을 것.


이 영화의 결말은 예상치 못하게 새드엔딩을 맞이한다.

이처럼 '여느이들과 다르지 않는 사랑을 하고 검은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사랑하였답니다.'

라는 진부하디 진부하고 뻔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는다.




조제에게 동정이나 헌신으로 다가갔다면 츠네오는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를 동정했더라면

무슨일이 있어도, 사랑이 식었어도 그녀의 곁에 남아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는 떠났다.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듯, 둘의 관계도 유통기한이 다 됐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시간이 흘러 츠네오는 고장난 유모차를 수리하지 않고 덩그러니 방치된 모습이 보여진다.

여러 장면에서 나오듯 조제를 예전처럼 아낌없이 생각하지 않는 장면들이

이별을 암시하는 둘의 관계를 보여준다.

조제는 닫혀있는 수족관을 보며 츠네오에게 어리광을 피우고

조제도, 츠네오도 서로에게 짜증을 낸다.




둘은 그렇게 서로에게 조금씩 소원해지고 변해가고 있었다.

이와 같이 1년의 시간이 지나고 예전 같이 않은 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상견례가는 길에서 들른 화장실에서

츠네오는 심경이 복잡하다는듯 갑자기 조제부여잡고 운다.


조제는 이런 둘의 마음을 직감하고,

상견례 장이 아닌 바닷가로 돌아가자고 먼저 얘기한다.

그렇듯 둘의 사랑은 사랑이 서서히 식었다.


둘의 사랑도 유통기한이 다 된 음식처럼 시들시들해진 관계가 되었다.

더 이상 예전같이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느끼며 몇 개월 간 같이 살고 이별을 맞이한다.

그 몇 개월 간이 둘의 남은 마음을 정리해주는 시간이었다고 보였다.


조제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지 않았다.


츠네오가 떠날 

어느날 담담하게 조제는 야한 잡지 한 권을 줬고, 츠네오는 담담하게 밖을 나섰다(떠났다)


이별하는 츠네오에게

제발 떠나지 말고 내 곁에 있어 달라며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울지 않았다.

쿨하고 담백한 이별이었다.

왜냐면, 그 누구보다 조제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타인에게 매달리거나 구걸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츠네오가 떠나가도 조제가 불쌍해 보이지 않는 이유다.


우에노주리가 찾아와 나도 너 같은 무기가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따졌을 때도 조제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럼 너도 다리를 잘라


뺨을 날리는 우에노주리에게, 조제도 지지 않고 뺨을 한대 친다.

그렇게 조제는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츠네오가 떠나간데도 조제는 담담히 받아들일 준비를 했던게 아닐까.


그녀는 나약한 비련의 여주인공인 아닌

목소리를 낼 줄 알고 자신의 힘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


그래서 츠네오의 '도망'의 의미는?




이별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도망쳤다. -츠네오-



한 동안을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생각났다.

츠네오가 떠난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그가 말한 '도망'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장애가 이유가 되었을까, 그저 사랑이 다 된 것일까..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그냥 헤어진 게 아니라 '내가 도망갔다.'라고 표현한 대목에서

장애를 아예 빼놓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랑으로 이 상황들을 끌고 나갈 만큼

이제 더 이상 둘은 사랑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츠네오는 조제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도와주기 위해 있는 것도,

무조건적으로 헌신한 적도, 그래서 사랑한 적도 없기에.


츠네오의 눈물은 

사랑에 대한 죄책감. 진정으로 사랑했던 그녀를 떠나 보내는 슬픔이 아니었을까.


담백한 이별이었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 왜 이별했어?' 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한가지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닐테다. 여러 순간들, 감정들, 모습들, 시간들이 모여 결국

이별에 다다른다.


츠네오가 사랑한 유일한 사람, 조제


츠네오는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하고

가벼운 만남을 이어가는 나날들이 보여진다.

그런 그게에

마음을 다해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조제다.

그리고 우에노주리도 처음에 여자친구였지만 헤어지고 다시 만나게 된다.

우에노주리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헤어져도 친구로 남는 여자도 있지만
조제를 만날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조제-



그런 그에게 조제는

정말 순수하게 사랑했고, 진정으로 사랑한 유일한 사람이다.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던 우에노주리는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조제는 다시 친구로 보지 못할 것이라며

사랑했던 조제를 떠올리며 길가에서 아이처럼 오열한다.


아쉬움

조제의 성장사로 끝나지만 남성중심의 서사로 전개가 되다보니 아쉬움이 있다. 자칫 잘못 읽힌다면 조제를 불쌍한의 이미지로 읽힐 수 있다. '역시 장애 때문에 도망간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 한국판 리메이크 때도 이런 우려도 됐었다. 아직 한국판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아쉬움들이 있기는 하지만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당차고 힘있는 장애 여성,  조제를 봐서 좋았다. 그렇고 그런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라 좋았다.


조제의 성장사

반면 츠네오는 떠났지만 조제는 성장했다.


더 이상 할머니가 끌어주는 유모차에 갇혀서 얼굴을 내밀 수 없는 조제가 아니다.

혼자 전동휠체어를 이용해서 장을 보고 요리를 하며 세상 밖으로 전히 나왔다.


츠네오는 눈물을 흘리며 막을 내렸지만

당차게 전동휠체어에 장바구니를 매달아

생선을 굽고선 다이빙하면 '쿵'내려 는 조제에게선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그런 그녀의 앞날과 변화가 기대되는 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그래서 영화의 주된 시점은 츠네오지만

결국 조제의 성장사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전동휠체어를 타며 혼자 장을 보며 끝나는 모습

이제 세상 밖으로 독립하여 나온 조제를 응원한다.

나 또한 어른이 되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세상 밖으로 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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