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장애 캐릭터 미디어 리뷰를 위해 콘텐츠를 촬영했으며
여기는 못다 한 이야기를 덧붙이는 글입니다.
1. 휠체어도 아니고, 유모차라니 말이 돼?
'휠체어도 아니고, 유모차는 좀 과한 설정이지 않나?
2000년대에 휠체어도 아닌 유모차 그려낸 영화의 허구성과 현실성에 대해.
지체장애인의 조제가 유모차를 타는 것에 있어 다소 허구적인 면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되짚어보니 저 또한 유모차를 탔던 경험이 있었는데요.
또한 휠체어가 아닌 유모차를 표현한 것에 있어
사람을 먼저 보이게 한 영화의 의도일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깊은 바닷속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 세상 밖으로 나온 모든 이들을 생각하며.
빛이 들지 않는 깊은 바다 = 단절된 세상
호랑이 = 세상의 두려움
물고기들 = 헤엄쳐 나온 즉, 세상 밖으로 나온 사람.
내가 해석한 영화의 상징적 단어들이다.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며 집안에서 갇혀 있어야 했던 이들(장애인)을 비유하며
사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상 밖으로 온전히 자립한 조제.
여기서 츠네오는 '구원자'자 아닌,
사랑을 통해 나올 수 있게 불을 지펴준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조제는 매번 할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매번 바깥세상을 보고 싶어 했고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며
그 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런 힘을 이미 가지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저 또한 고등학교 때까지 휠체어가 없었고, 오래 걷기가 어려워서
집-학교를 주로 오가다
대학교에 전동휠체어를 타고 혼자 처음으로 지하철을 탈 수 있었어요.
전동휠체어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와 여행도 하고 기숙사 생활도 하며 많은 세계가 열렸죠.
그래서 가장 와 닿았던 대사는
깊은 해저에서 헤엄쳐 나온 조제, 그곳을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야.
그래서 그런지 조제의 모습에게선 이별이 그다지 슬퍼 보이지 않았습니다.
깊고 깊은 바닷속.
난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 불고, 비도 안 와.
정적만 있을 뿐이야.
별로 외롭지도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천천히,
시간만 흐를 뿐이지.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진 못 할 거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나는 길 잃은 조개껍데기처럼
혼자 깊은 바다 밑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진 않아..
-조제의 대사 중-
"많이 외로웠겠다"며 말한 츠네오.
허나 이네 "외롭지 않았다"라고 말한 부분에서 어떤 연민도 동정도 필요 없어 보였습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외로움을 알지 못했던
'정적인 세상'을 어쩜 감독은 이리 잘 표현했을까요?
장애인의 삶을 잘 이해했던 걸까 매우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장애인만의 삶 보단, 모든 이들의 감정을 대변한 거 같아요. 그래서 많이들 사랑해 주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4. 그럼, 이별은 조제처럼!
다른 영화들보다 특별한 건 '담백하고 쿨한 이별'을 맞이하는 엔딩.
'이별=비극 혹은 불완전함'으로 표상되던 틀을 깨고
'이별=성장'을 이야기한 영화라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조제가 호랑이라는 상징적인 두려움을 넘어서고
성장을 통해 '이별해도 괜찮다는 선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멋진 으른 조제)
이별하는 이들에게 고합니다, 이별은 조제처럼!
5. 우리가 리뷰하는 이유
그 유명한 맞싸대기 샷(자신의 높이로 와서 싸대기를 시원하게 갚아준다) "네 무기가 부럽다"라며 찾아와 따지는 츠네오의 전 애인 카나에. 그렇지만 조제는 전혀 비굴해하지 않는데요.
그 어떤 미안함도 망설임도 없이 "그럼 너도 다리를 잘라" 받아친 당당한 조제.
싸대기를 맞은 조제가, 자신의 유모차 높이 오라고 한 뒤 똑같이 한대를 칩니다. (조제는 울지 않긔)
굉장히 신선했던 장면. 당당한 장애인의 모습을 보여줬기에 정형화된 "장애인 다움"의 클리셰를 깨어 새롭게 다가온 영화였습니다.
영화에서 몇몇 아쉬움은 츠네오의 입장이 부각되어진 점,
이별을 도망이라고 표현한 점,
또한 츠네오의 선택이 합리화된 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힘 있고 주체적인 장애 여성의 캐릭터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정형화된 캐릭터에서 이처럼 보다
다양하고 입체적인 장애 캐릭터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저의 경험과 장애 관점에서 바라본 해석을 친구와 함께 리뷰해 보았습니다.
그럼 이별한 이들에게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나온, 그리고 나올 장애인들에게 바치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리뷰였습니다.
ps."넌(츠네오) 감당할 수 없어! 가!"라고 말하던 할머니에게
"누가 나를 감당해? 난 내가 감당해"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하핫
이미지 출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