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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해로 Jun 29. 2024

여름이면 새로운 것들

젊음을 그리워하며

저울에 올라서면 늘 긴장된다. 돼지나 소 같은 짐승이 저울로 몸무게를 측정하는 것은 죽음을 맞이하거나 돈과 교환되는 경우이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인간이 몸무게를 측정하는 것은 자기 관리를 잘못해서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살을 빼야 하는 이유가 있을 때이다.


여름은 청춘의 열정이 태양보다 뜨겁고 강렬한 계절이다. 해수욕장에는 젊은 남녀가 멋진 몸매를 드러내고 햇빛을 즐기고 있다. 여성은 날씬한 몸매를 , 남성들은 王자가 새겨진  복부와 우람한 근육들을 뽐내고 싶어 한다. 인간의 몸처럼 과학과 예술이 결집된 집합체는 없다. 과학과 예술이 집대성(集大成)된 인간의 욕망은 여름의 과시욕에서 절정을 이룬다.


여름휴가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은 헬스장을 찾는다. 매 년 반복되는 일이라 새롭지는 않지만, 중년이 되니 걱정이 된다. 청년의 시절에는 한 달 운동하면 원하던 몸매를 만들었지만, 중년이 되면 6개월을 지속해도 표가 나지 않는다. 결국, 툭 튀어나온 기름진 배를 감싸 안고 해수욕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청춘들이 멋진 몸매로 즐기는 푸른 파도와의 물놀이를 포기하고,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서 술 한 잔 들이켜는 중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파도가 휩쓸고 간 은빛 모래에 자글거리는 햇빛이 참 곱다. 태양이 뜨는 아침이 유년기라면, 태양이 한창인 점심은 청년기이다. 그리고 붉은 석양이 스며드는 저녁은 중년기라고 할 수 있다. 어두운 밤으로 향하는 하루처럼 우리들의 인생은 죽음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순간의 욕심에 얽매여서 하루를 허투루 보낸다면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 된다.


주름진 피부에 파고드는 어둠은 축복이다. 청춘의 축복이 싱싱함이라면, 중년과 노년의 축복은 쭈글쭈글한 피부에 깃든 삶의 지혜일 것이다. 늙어서 지난 시간을 아쉬워하지 말고, 다가오는 시간을 위해서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자. 늙어가면서 자기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해변에 깃드는 석양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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