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매우 쾌적합니다.
출퇴근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한다. 장애인이 된지 20년이 넘었지만 콜택시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코로나 이후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할머니를 뵈러 갈 때나 이용했다. 지하철역과 요양원이 3킬로 정도 떨어져 있어서 제법 먼 거리였기 때문이다. 사실 회사도 지하철역과 1킬로 정도 떨어져있는데 전동스쿠터로 가면 신호대기 포함 10-12분 정도 걸린다. 그 정도는 스쿠터로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고 첫 출근부터 지하철로 출퇴근했다.
장애인콜택시는 특수장착차량과 일반바우처택시로 나뉜다. 특수장착차량은 차량을 개조해 슬로프나 리프트가 장착된 차량인데 주로 휠체어유저가 이용을 한다. 일반바우처택시는 일반택시인데 장애인콜택시요금이 적용되는 택시이다. 이 택시엔 휠체어유저는 탑승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로 시각장애인이나 보행이 불편하지만 휠체어는 이용하지 않는 뇌병변장애인들이나 발달장애아동 등이 주요 승객이다.
특수장착차량은 차량이 부족하고 일반바우처택시는 택시가 콜을 받지 않을 수도 있기때문에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면 늘 대기시간이 길었다. 두시간전에 예약을 해도 제 시간에 택시가 도착하는 것은 복불복 이었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야하는 일정이면 택시를 예약하면 늘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출퇴근시에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굳이 택시가 아니어도 충분히 이동이 가능했다. 나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가진 이동약자들이 이용하도록 나는 빠지는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장애인콜택시는 06시 부터 09시까지 한시간 간격으로 운행차량이 늘어나고 16시(15시였나?) 부터 운행차량이 줄어든다고 했다. 처음 이 소리를 들었을 때는 출퇴근시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많을텐데, 대체 왜? 출퇴근 시에 차량이 가장 많지 않은거지? 라고 생각했다. 장애인은 일하지 말고 다 낮에만 돌아다니라는 건가? 이렇게 생각해서 교통공사가 야속했다. 그런데 실제로 10시 부터 15시 까지가 가장 이용자가 많다고 했다. 병원이나 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많기 때문에 저 시간대가 가장 피크이고 서서히 줄어든다고 했다. 콜택시 기사님들께 여쭤보니 출퇴근시 이용하는 장애인은 적다고 했다. 출근시간대에 나랑 경쟁하는 장애인들은 오히려 장애아동들이었다. 그래서 방학때는 출근시간대에 택시가 잘 배차되는 편이다.
장애인콜택시는 타지역은 가지 않는다. 오직 시내만 가능하다. 시외(그것도 시 인접지역)가 가능한 경우는 병원진료를 받을 때인데, 이때엔 병원예약증, 진료비영수증 등의 증빙서류가 필요하다. 인천공항에서는 20시 40분 이후에 이용이 불가능하고 강화도에 가거나 나오는 것은 16시 50분에 이용이 종료된다. 한정된 차량으로 운용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이용자들 입장에선 매우 까다롭게 느껴진다. 실제 일본에서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이용하려고 인터넷예약을 했었는데 비행기도착시간이 21시 이후라 그 시간대로 예약했더니 이용이 불가하다고 콜센터에서 전화가 왔었다. 황당하기도 하고 뭐 이런 경우가 있나 싶었는데 야간(21시30분~ 06시30분)에는 운행차량이 몇 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어서 그러려니 했었다.
인천 말고 이용한 장애인콜택시는 서울장애인콜택시이다. 이전에 서울로 직장을 다닐때 가끔 이용했었는대 몇 년만에 이용하려니까 제출서류가 필요했다. 서류를 제출한다고 바로 ok되는 것이 아니고 서류 심사 후 탑승자격이 주어진다. 한번 이용하고 몇 년간 이용하지 않으면 다음에 이용할 때 또 이런 서류제출이 필요할 것 같아 지금은 일년에 두 세번은 이용하려는 편이다. 지하철로도 충분히 갈 수 있는데 굳이 김포공항에서 콜택시를 호출해 가는 식이다. 서울장애인콜택시는 인천보다 훨씬 열악하다. 대기시간이 매우 길고 앱도 불친절하다. 그리고 서울장애인콜택시 이용시 가장 싫은 것은 차량의 색상이다. 개나리색. 보통 아동보호차량에 사용되는 그 색상이다. 안전을 위해 선택했겠지만 탑승할 때마다 미취학아동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코로나 이전에 몇 달에 한번씩 이용하던 콜택시를 매일 이용하니 그 쾌적함이 너무 좋았다. 인천은 증차가 많이 되어 타지역보다 대기시간이 짧은 편이고 배차시스템도 개선을 해서 배차가 잘 되었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면 벌써 엘리베에터에서부터 다른 승객들과 배틀이 시작된다. 내가 먼저 엘리베이터 앞에 있어도 사지 멀쩡한 사람들이 먼저 타서 올라가 버린다. 옛날에는 이것을 못 참고 다 내려라 내가 먼저 왔다, 이건 내가 먼저 타는게 맞다, 라면서 열림버튼을 계속 누르거나 역무원을 호출하기도 했다. 지금은 귀찮아서 그래, 당신들이 먼저 타라, 그렇게 교양없이 살아라, 라고 생각하고 나중에 탄다. 그런데 장애인콜택시는 정말 쾌적.. 나만 승차하고 비용도 5킬로 내외에 2000원 정도니까 택시를 안 탈 이유가 없다. 나보다 더 불편한 이동약자를 위한 대의는 나의 쾌적함을 이기지 못했다. 이렇게 나만 아는 인간이 되고 나이드는 거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