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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n 30. 2024

빅토리아 여행 2

2023.11.13.월요일

새벽까지 비가 내리더니 아침에 날씨가 개었다. 오랜 만에 만나는 햇살이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호텔에서 채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이 호텔 마음에 든다. 방도 큼직하고 작은 주방까지 갖추어서 아주 편리하다. 게다가 위치도 좋다. 바로 옆이 박물관이고 길건너는 큰 공원이다.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해안 쪽으로 나가 보았다. 공원은 아주 잘 가꾸어졌다. 곳곳에 크고 작은 호수가 있다. 걷기도 좋은 평지길이다. 느긋하게 산책을 즐겼다. 공원의 끝에는 해안을 따라 잘 가꾸어진 산책로가 이어진다. 어제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껴본다. 역시 비오는 날보다 햇살이 비치는 날이 더 좋다. 해안 산책로를 잠시 걷다가 친구와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빅토리아에 온 이유 중 하나는 일본친구 K와 만나기 위함이다. 일본에서 유치원교사였던 K는 밴쿠버 다운타운의 sslc에서 함께 공부하다가 작고 아담한 분위기에서 공부하고자 이곳 빅토리아의 sslc로  옮겨왔다. 그녀는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학원에서 함께 공부할 때 죽이 잘 맞았다. 그녀는 빅토리아로 옮길 때 몹시 아쉬워하면서 나중에 놀러오면 꼭 연락하라고 했다. 

빅토리아가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서 밴쿠버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누구나 한번쯤은 빅토리아에 놀러온다. 대부분 당일치기로 짧게 왔다 간다. 나도 처음에는 당일치기를 생각했으나 그러면 이 친구와 너무 짧게 만나게 된다. 그녀가 지금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1박을 하기로 결정하고 숙소를 잡은 것이다. K와 브런치 카페에서 만나 함께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 한참 수다를 떨었다. 우리는 그 사이 학원 공부 얘기와 각자 진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사 후에는 근처의 명소인 피셔맨즈 워프를 산책했다. 가면서도 우리의 수다는 계속 되었다. 생각해보면 영어실력이 비슷비슷해서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는데도 우리는 서로 생각이 비슷하다보니까 척하면 척하고 알아듣는다. 

피셔맨즈 워프는 각양각색의 수상가옥이 자리하고 있는데 물에 비친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어느 구역은 식당과 상점이 있고 어느 구역은 주거지란다.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는데 거기는 개인 거주지이므로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내 생각에는 여기가 관광지가 되는 바람에 많이 떠나는 것 같다. 집을 판다고 내놓은 곳이 몇 군데 있다.




다음 우리가 향한 곳은 박물관이다. 어제 본 BC주의 국회의사당 바로 옆에 있다. 그런데 내가 예상했던 것과 좀 다른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는 BC주의 역사나 이곳 원주민에 대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 곳은 자연에 대한 체험관이고 한 곳은 공룡 전시관이다. 그리고 공룡 전시관 옆에는 서양의 오래된 거리를 재현해 놓은 영화세트장 같은 공간이 있다. 우리는 공룡의 시간에서 갑자기 근대시간으로 시간 여행을 한 것 같다고 낄낄거렸다. 그리고 한 곳에서는 특별전시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유적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보아하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역사 박물관이 아니라 아이들 체험 교육장을 중심으로 하여 간혹 특별전시를 하는 곳인듯하다. 




박물관은 예상과 달랐으나 우리는 나름 재미있게 돌아다녔다. 이 친구와는 걸음도 비슷하고 관심사도 비슷해서 역시 함께 다니기 편했다. 한참 전시물들을 구경한 후 우리는 박물관 카페에 앉아 마지막 수다를 떨었다. 이제 그녀는 일하러 가고 나는 페리를 타러 가야한다. 진짜 우리의 이별 순간이 다가왔다.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래. 친구야. 인연이 닿으면 또 볼 수 있겠지. 이렇게 우리가 다시 만났듯이.  

빅토리아 다운타운에서 버스로 한시간, 그리고 페리로 한 시간 반, 이어서 버스로 30분, 그리고 지하철로 30분. 이동하는데에만 장장 3시간 30분이 걸린다. 거기에다가 미리 가서 대기해야 하는 시간과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더해서 5시간 정도 걸렸다. 친구와 헤어진 것이 3시쯤인데 집에 오니까 밤 8시가 되었다. 너무 힘들다.

빅토리아에 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팁 몇 가지.

첫째, 이동의 변수는 620번 버스다. 전철역과 페리터미널을 오가는 이 버스는 거의 20~30분에 한대씩있다. 구글맵에서 알려주는 버스 시간이 거의 맞으니까 이 버스 시간을 고려해서 움직이는게 좋다

둘째, 페리에 탈 때와 내릴 때 출구가 다르다. 기억해두었다가 배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가서 줄을 서는게 좋다. 빅토리아에 갈 때도 그렇고 밴쿠버로 돌아올 때도 그렇다. 양쪽 모두 페리 터미널에서 나가면 바로 버스 정류장이 있다. 그런데 시내로 가는 버스는 한정적인데 내리는 사람들의 숫자는 많다. 따라서 빨리 내린 사람들은 바로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탈 수 있지만 조금 늦으면 버스의 자리가 없어서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배가 도착하려고 하면 얼른 가서 줄을 서는 것이다. 

셋째, 가급적 봄이나 여름에 가는 것을 권한다. 가을과 겨울은 너무 춥다. 빅토리아의 바람은 태평양 바다로부터 바로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에 매섭다. 밴쿠버의 바람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그래서 가을이라 해도 바람만 불면 겨울같다. 가급적 따뜻할 때 방문하자.

넷째, 가급적 1박을 하자. 이동 시간이 거의 5시간이나 되는데 당일치기는 너무 무리다. 부차드 가든을 포함하여 느긋하게 즐기려면 1박이 좋다. 물론 숙박비가 비싸서 그건 개인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

나는 관광과 친구와의 만남이라는 두 가지 목적으로 다녀와서 힘들었지만 아주 만족스러웠다. 무언가 밴쿠버 생활의 마지막 숙제를 한 느낌이다. 앞으로 남은 두 주.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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