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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l 02. 2024

인사의 문화 차이

2023.11.14.화요일

문법 수업

원래의 문법 교사인 M이 돌아왔다. 형용사절 연습 문제를 지난 번에 이어서 풀었다. 대부분 이해했지만 어떤 문제는 전치사의 위치를 주의해야해서 좀 어려웠다. 다음 연습 문제는 그룹을 지어서 형용사절을 많이 품은 문장을 만들란다. 윽, 한 문장인데 형용사절을 잔뜩 갖다 붙이란다. 그게 어디 쉽겠냐고... 우리 그룹은 겨우겨우 형용사절 3개를 품은 문장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어느 그룹에서는 6개까지 갖다 붙였다. 우와. 대단하다. 그리고 틀린 문장 고쳐쓰기를 하는데 어떤 것은 콤마(,)만 붙이면 되는 것도 있었다. 그걸 모르고 뭔가 단어를 고치려고 낑낑거렸다. 의외로 쉬운 것인데 괜히 진땀뺐다.



듣기 수업

오늘 듣기 수업의 시작은 좋았다. 어인 일로 7문제를 모두 맞추었다. 객관식인데다가 듣기 방송의 문장이 비교적 쉬웠다. 하지만 이어서 다음 페이지의 빈칸 메꾸기는 망했다. 아주 시소를 타는구만. 이어서 다른 본문을 들었는데 엄청 길다. 요즘 딱 두 번만 들려주기 때문에 잘 들어야 하는데 너무 길어서 문제를 풀려면 기억력도 좋아야 한다. 다행히 이 문제는 너무 길어서 내일 마저 풀기로 했다. 히히. 이따가 밤에 집에서 다시 들어봐야지. 




쓰기 수업

오늘 쓰기는 새로운 본문을 진도나갈 줄 알았는데 아니다. 쓰기 연습을 더 시킨다. 아니, 다음 주가 레벨 테스트인데 시험범위의 절반을 차지하는 새로운 본문을 시작하지 않으면 어쩌라는 거냐? 안되겠다. 이따가 혼자 단어공부부터 시작해야겠다. 오늘 저녁도 매우 바쁘겠구나. 



점심시간

대만 친구 J와 밥을 먹고 있는데 앞에 일본 학생이 앉았다. 딱 보기에 고등학생 같아 보였는데 의외로 직장인이란다. 되게 어려보인다고 했더니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단다. 지난 일요일에 캐나다에 도착했고 오늘이 학원의 첫날이란다. 그런데 그녀는 문법 레벨이 4, 다른 클래스는 모두 레벨 3란다. 우와. 시작하는 레벨이 높다. 그녀는 워킹 홀레데이 비자로 와서 여기서 조금 공부하다가 일을 할거란다. 요즘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일하는 친구들이 부럽다. 나는 나이 제한에 걸려서 할 수가 없다. 솔직히 일을 더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여기서 파트타임이라도 일하면서 살면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영어실력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들 한다. 이럴 때는 늙은 것이 서럽다. 

밥을 거의 다 먹었는데 일본 학생(이번에는 진짜 고등학생)이 와서 앉는다. 지난번에 나에게 말을 걸었던 친구다. 대뜸 주말에 뭐 했냐고 묻는다. 후후. 영어 연습을 하려는 것이다. 주말에 빅토리아라는 섬에 갔다고 말했다. 어딘지도 모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뭐했냐고 물으니까 밴쿠버 북쪽에 갔단다. 그래서 그라우스마운틴이나 린 캐년에 갔냐고 물으니까 모른단다. 그냥 어디 거리를 갔단다. 쇼핑몰인가 싶어서 한 군데 거리를 말했더니 모른단다. 그래서 그라우스 마운틴과 린 캐년을 소개해주었다. 거기는 다운타운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가 있다고도 알려주었다. 




회화 수업

오늘은 새로운 주제로 넘어갔다.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한동안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고 다음 주 월요일에는 개별 프리젠테이션이 있으니까 준비하란다. 음. 그래. 그나마 이번 주에는 듣기 수업의 프리젠테이션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룹을 지어서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째 질문은 각자 자신의 나라에서 여기로 가져오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이다. 전에도 비슷한 대화를 나누어서 별로 어렵지 않다. 나는 우리나라의 배달 시스템을 가져오고 싶다고 했다. 여기도 배달 시스템이 있지만 우리나라만큼 편리하지는 않다. 

어떤 한국 친구는 한국에서 의료시스템을 가져오고 싶단다. 그래. 다들 아주 많이 동의한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최고지. 이것은 국민의료보험 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이것을 민영화시킨다면? 우리는 망한다. 미국의 의료민영화 결과가 무엇인지 보면 안다. 미국은 돈이 없으면 병원에 갈 수가 없다. 그야말로 민영의료보험을 어떻게 드는가에 따라 병원에서의 치료 여부가 결정된다. 돈이 없으면 병 걸리면 죽으란 얘기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누군가는 어떻게든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보험 제도를 무너뜨리고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미친 것들이다. 그리고 그 딴 것들에게 표를 주는 병ㅅ... 아, 갑자기 혼자 또 분노한다. 음. 정신 차려.

다음 질문은  자신의 나라에서 흥미로운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국 친구가 새해 명절에 대해 이야기를 하길래 나는 우리의 추석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칠레 친구는 자신들의 파티 문화에 대해, 일본 친구는 온천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일본의 온천에 대해 칠레 친구가 이해하지 못해서 다들 아는 영어를 총 동원에서 이야기 해주다가 결국 구글로 검색해서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제서야 이해를 한다. 완전히 배경 지식이 없는 것을 상상해서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다. 글로벌한 상식이나 문화는 설명하기 쉽지만 아주 독특한 것은 너무 설명하기가 어렵다. 

다음 질문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과 만났을 때 놀란 적이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칠레 친구가 자신의 나라에서는 누구나 만나면, 처음 만났더라도 허그를 하고 뺨에 키스를 하는 인사를 나눈단다. 그런데 여기 와서 동양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다들 멀리서 손을 들어서 '하이'하고 인사를 해서 놀랐단다. 그래서 저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줄 알았단다. 하.하.하. 나중에 문화의 차이라는 것을 알았단다. 반대로 일본 친구는 여기 와서 서양, 특히 남미의 학생들이 서로 끌어안고 뺨에 키스를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저들이 특별한 관계인가 오해를 했단다. 여기 와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문화의 차이를 알게 되었단다. 그래. 다들 여기서 다양한 문화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기 온 가치가 있다고 본다.



보충 수업

오늘은 식당 메뉴에 대해 공부하면서 요리에 대한 단어, 식재료에 대한 단어를 배웠다. 다들 요리 얘기를 하니까 배가 고프다. 윽. 이게 아주 유익한 공부이긴 한데 고통스러운 공부이기도 한다. 쩝, 배가 고프다. 해산물, 고기, 동양식 메뉴 등을 배우고 나서 우리에게 각자 식당 주인이 되어 메뉴를 만들어보란다. 여기 있는 것을 이용해도 좋고 각자의 나라 요리를 이용해도 좋단다. 밴쿠버에서 장사가 잘 될 것 같은 메뉴를 만들란다. 여기는 한국 식당도 많고 일본 식당도 많다. 베트남이나 스페인 식당도 많다. 여기서 무엇을 팔아야 잘 팔릴까? 다음 시간까지 메뉴를 만들어오기로 했다. 재밌겠다.




학원이 끝나고 나서 쿠바에서 쓸 미국 달러를 좀 바꾸었다. 쿠바에서는 캐나다 달러보다 미국 달러를 더 우대한단다. 치잇, 미국과 적대적이면서 결국은 자본주의의 힘에 지배당하고 있구나. 이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단 많이 바꾸지는 않고 조금만 바꾸었다. 어차피 호텔과 버스를 모두 예약해두어서 실제 현금을 쓸 일은 먹는 거 정도만 준비하면 된다. 환전을 하니까 정말 여행 기분이 난다. 이곳에 와서는 거의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외국돈을 쓸 일이 드물었는데 쿠바에서는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없단다. 

환전 후에 집에 와서 어제 못한 빨래를 돌리고 숙제와 공부를 했다. 다음 주 시험이 마지막이다. 물론 나에게 시험은 의미가 없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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