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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경계인 Nov 09. 2022

당신과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비경계인의 마음 가짐

경계인이 당신에게 가슴을 후벼 파는 독설을 뱉아도 당신은 상처받을 필요 없다.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기 때문이다.

경계인 곁에 살아가는 우리는 쉽지 않겠지만 늘 이런 마음가짐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혜롭고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계성 성격장애를 다룬 <<잡았다, 네가 술래야>>에도 소름 돋을 정도로 비슷한 조언들이 담겨 있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계속 떠올리며 살아왔다. 책과는 무관하게 스스로 터득(?)한 비법이었다. 스스로 터득한 비법이 있다고, 거센 비난을 견뎌낼 수 있는것은 아니다. 심할 때엔 내 입 밖으로 혼잣말이 튀어나오기까지 했다. 가끔 혼잣말이 들렸는지 경계인은 "뭐라고!? 너 지금 방금 뭐라고 했어?"라고 소리를 질렀던 적도 있다.



가끔은 상황을 피하는 것도 답인 것 같다. 시린 겨울 나는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 카시트에 앉히고 조용한 곳으로 차를 몰았다. 늦은 밤 따듯한 히터 바람에도 딸아이는 뭔가 알고 있는 듯 잠들지 않았다.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딸아이를 바라봤다. 딸도 내 눈을 바라봤다. 그러자 나를 보고 생긋 웃는 것이 아닌가?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렀다. 예리한 칼처럼 날카로운 혀에 상처받지 않으려 밖을 나와있는 현실이 너무 슬펐다. 나를 위로하듯 웃는 아이의 모습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나처럼 경계인이 가족이라면 더구나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라면, 모든 상황들을 지켜보고 어쩔 수 없이 눈감고 삭혀야 하는 남편이라면 아마도 정말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와 당신이 눈감고 귀 닫고 입 막고 참아왔던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격한 감정이 사그라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에 나하나만 바라보는 여자가 내 옆에 앉아있기 때문이다. 경계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앞서 말한 모든 상황들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난감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몇 번이나 있을까? 경계인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던져지는 경우가 잦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결혼이 만들어낸 결과들 때문에 이혼은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다. 아마도 결혼하기 그 여자가 단순히 화를 잘 내는 성격이 아닌, 경계성 성격장애 때문에 나를 힘들게 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나는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7년이라는 결혼생활을 정리하며 그 여자가 경계성 성격장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어떻게 알게 되고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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