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이야기 memoir에 끌리게 된 것은 작가였던 시절, 글의 무용함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부터였다. 스토리가 사람을,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지금은 그 역할과 쓰임새가 무엇인지 알지만, 그땐 글을 쓰는 자신과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무용한 듯했다.
부족하지 않은 청소년기를 지나 대학 진학부터 내린 선택은 모두 글을 쓰거나 만드는 일이었다. 하나같이 무용했지만 다른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시대의 부당함을 알지만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김희성의 무력감에 공감할 수밖에. 희성은 그가 할 수 있는 일, 글을 쓰고 신문을 발행한다. '김희성이오!'하면 누구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책을 내는 일은 내게도 그렇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내렸던 선택이 지금 여기로 데려다 놓았다.
지난 5월은 그 어느 때보다 낯설었지만, 그것이 또 나쁘지 않았다. 1년 가까이 제대로 쉬었던 주말과 휴일이 없었으니, 잠시 숨을 고르며 여러 일들을 정비하고 있다.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