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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Apr 30. 2023

많이 가질수록 좋을까?

그림책 < 그날 아침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


# <나의 첫 질문책 > 그림책 에세이

# 그날 아침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 바루 지음 / 엄명순 옮김 / 여유당


그날 아침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표지

탯줄이 목에 감긴 채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 후유증으로 뇌성마비를 갖게 되었다. 3살부터 20살까지 17년간 요양시설에서 고된 운동과 훈련을 하며 생활하였다. 인생의 중요한 학창시절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힘들고 부족한 삶이었다. 그럼 이 사람은 엄청나게 불행하게 살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이 이야기 주인공은 알렉산드르 졸리앙으로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이다. 그는 요양시설에서 성장하면서 전신이 마비된 사람들이 더없이 충만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목격하였다.

'행복하기 위해 내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묻는 대신 '지금 어떻게 하면 즐거울까?'를 물으며 살았다.

종교와 시대를 초월한 지혜의 메시지들을 통해 '집착 없는 삶의 자세'와 '결핍과 동거하는 삶의 자세'를 배워 삶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질문은 내려놓고 그냥 행복하라>, <약자의 찬가> 등 마음을 울리는 주옥같은 저술로 전세계 사람들의 영혼을 풍성하게 채워주고 있다. 


나는 싼 것을 여러 개 사는 식으로 질보다 양을 우선시하며 살아왔다. 다음에 필요할 지 모른다며 버리지 못하며 모아두고 쌓아두어 짐도 많은 편이다. 여행갈 때도 남들보다 짐이 많았다. 

그림책 『그날 아침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의 주인공도 나처럼 온갖 물건을 챙겨 여행을 떠난다.

맑은 날이나 바람 부는 날에도 쉬지않고 걸으면서 온갖 새로운 경험을 한다. 곰을 만나기도 하고, 멜론 하나와 텐트를 맞바꾸기도 한다. 산과 들판과 도시를 만난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하면서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하나씩 줄어든다. 마침내 가벼운 빈 손으로 집으로 다시 돌아온 주인공 나는 차를 팔고 자전거를 산다. 이웃과 씨앗을 나누어 심고 함께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아침, 나는 일어납니다. 아름다운 하루가 시작됩니다.”로 이야기가 끝난다. 

여행을 다녀온 나는 이전과 같지 않다. 많은 것을 쌓고 소유하기보다는 비우고 나누고 함께 하는 일상을 새롭게 시작한다. 


알렉산드르 졸리앙과 여행을 통해 변화된 삶을 시작한 그림책 주인공은 나에게 묻는다.

많이 가질수록 성공한 삶이고, 행복은 쟁취를 통해 얻는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살고 있는 그 사고체계가 정말 괜찮은가? 

오히려 많이 채우려하고 많이 가지려하는 사람들의 깊은 내면에 뿌리깊은 결핍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 헛헛한 마음을 돈으로, 물건으로, 사람으로, 혹은 자신만의 뭔가로 채우려 하는 것이다. 문제는 소유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풍요의식과 자족하는 마음에 있음을 다시 새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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