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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Dec 13. 2024

콜로라도의 달빛

로키산맥은 4천 미터급 산을 오십 여개나 거느렸다.

따라서 콜로라도주 전체 평균고도가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을 정도로 험준한 산악지대다.

콜로라도 북쪽 로키산맥에 쌓인 눈 녹은 물줄기에서 발원한 콜로라도 강.

그 강물은 유타주, 애리조나주, 캘리포니아주의 경계를 이루며 흘러 흘러 태평양에 이른다.

우리의 목적지 그랜드캐년은 콜로라도 고원의 침식작용으로 생겨난 대협곡이다.

그곳에 가기 위해 우리는 라플린에서 숙박을 했다.

같은 네바다주라도 황량한 사막도시 라스베이거스보다는 콜로라도 강가에서 운치있는 달밤을 즐기는 편이 나아서였다.

때는 마침맞게도 시월 보름이었다.

네바다주는 캘리포니아 바로 옆 같건만 라플린까지도 LA에서 댓 시간 거리.

하긴 길쭘한 캘리포니아는 크기가 한반도 전체의 다섯 배나 된다.

미 동부 캘리포니아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직항비행기로 여섯 시간 반 소요되며 거기다 시차가 세 시간이나 난다

이처럼 엄청나게 큰 미대륙이다.


중천에 높이 떠있는 원만무애한 보름달.

하늘 한가운데 올라 지그시 하계를 굽어보고 있었다.

푸르다기엔 희고 희다기엔 차라리 온유한 은빛이라서 깨끼저고리에 얼비치는 은근스러움같댈까.

그럼에도 겸손스러우며 유려한 달의 덕성.

도박의 도시일지언정  빛의 세례로 온누리는 지고지선의 경계에 든 듯하였다.

그랬다. 범죄로 얼룩진 밤거리라 한들 혹은 죄성으로 더럽혀진 영혼이라 한들 구원의 자비가 임하지 않을 리야.

신도 외면한 소돔과 고모라처럼 비리로 가득 찬 세상사.

하지만 그날이 오면 맑은 샘 하나가 터져서 모든 죄악과 불의를 씻어주리라 믿으며 이 밤 콜로라도의 달 우러러 기원 올렸다.

무엇보다도 국태민안, 어수선한 대한민국 정국이 어서 속히 안정 찾게 되기를 간절하게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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