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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04. 2024

여백 만나고 온 봉정사

천등산에 자리한 고찰, 오래전부터 맘에 품었던 봉정사 극락전을 만나러 갔다.

국보 제15호로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에 위치했다.


생각보다 호젓하니 정갈한 대웅전.


대웅전 앞에는 특이하게 전면 편액 아래 조붓하지만 길게 툇마루가 깔려있었다.

절 마당에 서서 보면 대웅전 앞 좌우에 협시보살이듯 고금당과 화엄강당이 안정감 있게 자리했다.

고금당은 작지만 구조가 꼼꼼히 짜였으며 다양한 건축기법이 사용된 건축물로 주목받는 보물 제449호다.


화엄강당은 스님들이 불교의 기초 교학을 배우는 곳이며 나지막하고 차분한 건축물로 보물 제448호다.


고려 시대의 대표적 석탑인 3층 석탑이 대웅전과 고금당 앞마당 한가운데 서있다.


과거 불자로 삼십 년을 살았으나 봉정사 이름만 들었을 뿐 와본 적이 없어 처음이다.


지난 2018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안동 봉정사.


영국 여왕이 방한했을 때 방문한 사찰이라서 봉정사가 어떤 절일까 이후 내심 궁금증이 증폭됐다.

이십 년이 지나 모후가 방문한 한국을 앤드루 왕자가 재방문해 봉정사 돌탑에 기원 하나 얹었다고도 했다.

아롱다롱 꽃밭 화사한 대웅전과 달리 겉보기로 극락전은 의외로 조촐했다.


옆문을 열고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서향 중심에 아미타불을 모셔놓고 그 위로 불상을 더욱 엄숙하게 꾸미는 닫집을 만들었다.

불상을 모신 불단의 옆면에는 고려 중기 도자기 무늬와 같은 덩굴무늬를 새겨 놓았다.

7세기 후반 고려조에 능인 대사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봉정사다.

건립 연대를 1200년대 초로 추정할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보고 있다.

<극락전 중수 상량문>이 발견된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서다.

보수공사 때 고려 공민왕 12년(1363)에 지붕을 크게 수리하였다는 기록이 담긴 상량문이 나오면서다.

전통 목조건물은 신축 후 지붕을 크게 수리하기까지 통상적으로 100~150년이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전설로 알려지기는 신라 시대인 672년 신라 문무왕 12년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 스님이 창건했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부석사 무량수전은 현존하는 목조건물 중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건물이며
봉정사 극락전이야말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 중기 건축물로 국보 제18호다.

조선 초기에 지어진 대웅전은 국보 제311호로 극락전 앞 측에 자리했다.

봉정사와 부석사는 그리 멀지 않은 데다 창건설화에 둘 다 의상대사가 등장한다.

게다가 창건 시기도 년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아 마치 동기간 같다.

다만 부석사는 터도 너르고 규모 호방한데 반해 봉정사는 병아리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전각끼리 추녀가 맞닿아 있다.

봉정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층 누각 만세루는 단청 입히지 않은 민낯이 미쁘고 질박해서 오래 기억에 남겠다.


푸른 산자락 멀리 거느린 탁 트인 전망터라 눈 맛 시원스럽게 사방이 탁 트여 호쾌하기 이를 데 없어서도 좋았다.


올라가지 마시오, 라 쓰인 붓글씨가 붙어 있어서 차마 누마루에 올라갈 수 없었던 만세루.


여기서 엘리자베스여왕 차남인 앤드루 왕자가 방명록에 사인했다는 사진도 있었다.

막힌데 없는 공간이 주는 여백의 미 아늑하게 즐기러 언제이고 봉정사로 템플스테이 떠나보려 한다.

그때는 휘리릭 차에 실려 경황없이 봉정사에 들어가는 대신 만세루 아랫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가리라.

주소:경북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 길 222, 봉정사 (태장리)

-앤드루 왕자 방문 사진은 불교신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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