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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재윤 Nov 13. 2023

춤은 즐거움이 아니다. 슬픔이다.

본:本을 찾아서 Explore Essence.2






EXPLORE ESSENCE

춤은 즐거움이 아니다. 슬픔이다.



INTRO

춤, 언제 춰 봤는지 기억하시나요? 대학교 새내기 때 장기자랑이랍시고 반강제로 준비했던 날? 클럽에서 이명이 들릴 정도로 흔들어 댄 날? 아니면 친구들과 블루투스 스피커를 쾅쾅 틀고 홈파티를 했던 날이 떠오를 거예요.


하지만 그때 췄던 춤은 단지 즐거움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봐요. '지금 이 순간 나는 즐거워!'를 몸으로 표현한 결과죠. 클럽에 왔다고 정말 음악에 심취해 춤을 추진 않잖아요. 내가 출 수 있는 건 단지 비둘기처럼 끄덕일 뿐이죠. 가끔 리듬에 맞춰 손을 뻗거나. 눈치껏 알아서.



POINT

흥겨운 감정이 들 땐 콧노래를 부르거나 가볍게 어깨를 들썩이죠. 혹은 월드컵에서 극장 골을 넣을 때 터지는 가끔과 환희는 나도 모르게 소리 지르게 되고 방방 뛰게 만들어요. 그런데 이건 순간 임팩트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춤처럼 길게 이어지진 않아요.


어떻게 하면 진심으로 춤추게 만들 수 있을까요? 걸그룹 <뉴진스>의 아버지이나 앨범 <뽕>으로 한국대중음악상 4관왕에 오른 프로듀서 <250> 님에 따르면, 좋은 댄스 음악이란 '감정적으로 동하게 만드는, 특히 슬픈 감정'을 자극하는 음악이라고 해요.


즐거움을 주입해서 몸을 흔글게 하는 음악보다 슬픔을 느껴서 추는 춤은 다를 수밖에 없겠죠.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의 마지막 씬을 보면 더욱 알 수 있어요. 극 중 김혜자 선생님은 모든 걸 내려놓은 듯 관광버스에 올라 무아지경으로 춤을 춥니다. 과거를 망각하고자 추는 춤사위는 흐릿한 실루엣으로 끝맺음되죠.


누군간 일상에서 도망치고자 클럽으로 가기도 합니다. 바깥세상은 너무 힘들고 짜증 나니까요. 그런데 클럽 음악은 주로 해외에서 온 테크노 음악이나 힙합 리믹스들이 흘러요. <250> 님은 이것들이 춤추기 좋은 음악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요. 슬플 때 추는 춤은 '절박한 춤'으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EXPANSION

이에 따라 생각하면, 춤을 추고 싶은 사람에겐 즐거움을 주입하는 음악보단 오히려 '슬픔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승화시켜 주는 음악'이 더 필요해 보여요. <뽕>의 곡들이나 <뉴진스-Ditto>처럼 슬픔이 기본 정서이되 댄서블 한 리듬으로 만드는 거죠. 160의 드럼 템포 위에 사람이 춤추지 않고는 못 배기는, 한 마디로 울면서 춤추게끔 만드는 음악.


코로나 이후 현대인들은 걱정과 불안으로 더욱 위축됐죠. 각자만의 방식으로 이런 감정을 다스려야 살아갈 수 있게 됐어요. 이 덕분인지 카타르시스로 해방감을 주는 업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요. '힐링'이라는 명목 아래 명상, 캠핑, 여행, 운동 등이죠. 춤도 다르지 않다고 봐요. 


예전부터 이런 춤 명상 프로그램은 있었어요. 그들은 말해요. '춤의 본질은 자기 생각과 감정의 표현이다.'라고. 그리고 춤출 때만큼은 영원한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즉 춤은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표현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아직은 춤에 대해 진입장벽이 있다고 봅니다. 일단 몸을 움직여야 하는 거리낌과 감정을 솔직하게 쏟아내야 하는 어색함과 부끄러움 때문이라 봅니다. 개인적으론 새내기 때 느낀 혐오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이런 심리적 허들만 넘을 수 있다면 춤은 위축된 현대인에게 충분히 자신을 되찾아 줄 업이라 생각합니다.



REFER TO

W website 2022.04.27

중앙일보 문화 2022.06.02











EXPLORE ESSENC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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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zzangjaeyun/14






by 짱재윤

역한 세상 격하게 생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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