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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Jan 01. 2020

미국 로스쿨 다이어리

미국 로스쿨 3년의 여정이 마무리 되었다.

학부 때부터 숨 가쁘게 달려왔고, 그 어려운 미국 로스쿨 입학 이후 어려움도 많았지만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스스로 머리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저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나보다 영어실력도 출중하여 좋은 학교, 좋은 로스쿨을 졸업하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펌과 회사에 입사하여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인들도 많아지고 있다.

미국 로스쿨을 준비하면서 입시정보 등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미국 로스쿨 생활이 어떻게 되는지, 어떤 어려움들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글들은 아직 많이 없는듯하다.

미국 로스쿨을 생각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원하면서 글을 적어본다.



간단 소개 및 Why 미국 로스쿨?


미국 워싱턴 D.C. 내 위치한 로스쿨 JD (Juris Doctor) 법무박사 과정을 졸업하였다. 로스쿨에 들어가기 전 미국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여 졸업하였지만 어렸을 적 외국에 살았던 적도 없고, 초중고 다 한국에서 졸업했기 때문에 유학했던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남자라서 군대도 다녀왔으며 미국에서 체류한 기간보다 한국에서 체류한 기간이 훨씬 길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영어실력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렸다고 느끼지만 미국 로스쿨을 진학한 후 느낀 것은 영어 수준을 최대한 늘리고 진학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 여기서 영어 수준은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언어의 모든 영역을 말하는 것이다. 미국 로스쿨에선 영어의 네 영역이 "물 흐르듯" 자유자재로 오고 가는 수준이어야 "그나마" 생활의 불편함이 없고, 자유자재를 뛰어넘어 영어로 깨알같이 쓰여있는 법전을 순식간에 해독하고 정리하고 논리 정연한 글을 깔끔하게 작성 가능한 수준이 되어야 안정적으로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 로스쿨 진학을 결심한 건 꽤 오래전일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진로에 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당시에는 막연히 법조인에 대한 환상이 많았다. 멋진 수트를 차려입고 가방을 들고 법정에 들어서서 현란한 법률공방을 펼치는 변호사의 이미지에 매료되었고, 법조인을 꿈꾸기 시작했다. 아마 어렸을 때라 환상이 많았을 것이다. 당시 수능 준비를 하며 국내 대학 법학과에 진학하여 사법고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필 내가 대학 입학할 시기에 한국 로스쿨이 처음 개원하여 로스쿨 1기가 시작되면서 주요 대학 법학부가 사라지고 "자율전공학부"라는 전공들이 신설되는 등 국내 대학 입시에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다.



사법고시 합격자 수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시점에서 당시 사법고시 출신들과 로스쿨 출신들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생겨나기도 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사법고시를 준비해야 하나 아님 한국 로스쿨 입시를 준비해야 하나 갈팡질팡하면서 제3의 길인 미국 로스쿨 진로도 생각했다. 한국의 입시제도와 교육에 회의를 느껴왔었고, 차라리 훗날 미국 로스쿨에 진학하여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국제무대를 누비거나 한국에 돌아와 국제법무 일을 하는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런 내 모습을 상상하며 점점 미국 로스쿨 진로로 방향을 잡게 되었다.



미국 로스쿨 진학에 있어 미국 학부를 졸업하는 것이 영어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준비과정이 수월할 거라 생각해 고등학교 막바지 때 부랴부랴 토플, SAT 등을 준비하여 미국 대학에 진학하였다. 미국 학부에 진학하여 학점관리, 인턴, 대외활동을 부지런히 하면서 미국 로스쿨 입시를 차근히 준비하였다. 하지만 미국에 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한국에 대한 그리움도 많아지고, 과연 미국 로스쿨 진학이 옳은 결정일지 고민하기도 하였다.



졸업 후 한국에 돌아와 법률봉사, 인턴 등도 계속해보며 여러 한국, 미국 변호사님들의 조언도 들어보았다. 미국 변호사가 되어 한국에 돌아오면 한국법정에는 못서고, 송무가 아닌 자문업무 위주로 일을 하게 되는 여러 제한적 요건들이 존재한다. 반대로 한국 변호사가 되면 영어가 많이 쓰이는 국제중재 및 국제거래 분야에 있어서의 길로가 굉장히 좁고 국내에서는 경험의 기회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법의 분야가 워낙 많아서 로스쿨 졸업 후 어떤 분야 전문 법조인이 되고 싶은지 생각도 많아졌다.



국제법무 하고 싶으면 미국 로스쿨이 더 기회가 많다는 변호사님들의 조언을 듣게 되었고, 국제법무, 해외투자, 국제중재 쪽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결국 미국 로스쿨 진학을 택했다.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평생 한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에 한국 로스쿨 입시와 미국 로스쿨 입시를 동시에 준비하기도 했었는데 정말 힘들고 불안해했던 기억이 있다. (참고로 LEET와 LSAT 모두 응시한 경험이 있다) 사법고시는 이제 완전히 폐지되었고, 한국에서 법조인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한국 로스쿨을 진학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 로스쿨을 가는 게 좋을지 해외 로스쿨을 진학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한국 로스쿨 옵션과 해외 로스쿨 옵션 중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명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각 선택지 장단점이 존재하며 각기 처해 있는 환경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될 것이다. 한국 로스쿨 진학 시 경제적 비용은 상대적으로 해외 로스쿨 진학보다는 많이 저렴하지만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급격히 하락하였고, 특성화 법무 교육이 사라진 상태다. 미국 로스쿨 진학 시 경제적 비용은 한국 로스쿨 진학보다 많이 들어갈 수도 있지만 소크라테스 문답 법식의 토론을 즐길 수 있고, 전문 특성화 법률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민권, 영주권 없이 유학생 신분으로 진학할 경우 똑똑한 미국인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영어 실력, 법 공부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미국 로스쿨 입학 후에는 한국 로스쿨처럼 성적이 중시되기 때문에 학업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다. 미국 로스쿨 JD 과정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이라고 해서 교수들이 좀 더 봐주고 챙겨주는 분위기가 절대 아니다. 동기들끼리 친해져서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철저히 혼자 내던져지는 느낌이다.




정통 미국 로스쿨 JD 과정에 유학생 신분으로 입학하여 여러 시행착오도 겪으며 좌절도 많이 했다. 평범한 유학생 신분으로 몸소 겪었던 미국 로스쿨의 생생한 모습을 최대한 글로 풀어내고자 한다. 미국 로스쿨을 염두하시고 계시거나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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