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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Jan 01. 2020

미국 로스쿨 현장 속으로 1

"Mr. Suh?" ("미스터 서?")


"What is this case about?" ("이 사건 사실관계가 어떻게 되지?")


"Why did the Supreme Court overrule the lower court's decision?" ("왜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결을 뒤집었을까?")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this case and the previous one?" ("이 사건과 저번에 다뤘던 사건의 차이점이 뭐지?")


"Suppose~" ("만약 이 사건의 사실관계가 ~ 달라졌다면,...")


미국 로스쿨 JD 1년 차 생생 현장


미국 로스쿨 JD 과정 수업이 시작되면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식 문답법 교육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교육을 받았던 사람의 경우 이러한 교육방식에 굉장히 의기소침해지고, 수업에 참여하는 게 두려움과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 나 역시 한국에서 초중고를 졸업하였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미국 로스쿨에선 콜드 콜(Cold Call)이라 불리는 교수의 학생 호출 방식으로 변론 훈련을 시킨다. 교수에 따라 학생의 구술능력을 성적에 반영하기도 한다. 물론 이 구술평가가 전체 성적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I don't know" 이런 식으로 자주 패스를 하거나 어버버 거릴 경우 교수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고, 순간의 창피함을 감수해야 한다. 콜드 콜에 똑 부러지게 말을 잘한다고 해서 로스쿨 기말고사를 잘 본다는 보장은 없지만 나중에 교수 추천서를 받을 일이 있을 때 혹은 모의법정 대회를 준비할 때 콜드 콜 준비는 도움이 될 수는 있다.



미국 로스쿨 JD 1년 차는 미국 변호사시험(Bar Exam)에 출제되는 공통과목들을 배운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약 200여 개 되는 미국 로스쿨 1학년 과정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수강신청을 따로 하지 않아도 학교 측에서 임의로 반을 나누어 커리큘럼이 짜인 상태로 수업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상적으로 학기제 학교는 두 학기에 걸쳐서 쿼터제 학교는 세 쿼터(학기)에 걸쳐 과목을 수강하게 되는데 JD 1년 차 과목들을 적어보면,

Torts (불법행위법)

Contracts (계약법)

Civil Procedure (민사소송법)

Property (물권법)

Criminal Law (형법) /  Criminal Procedure (형사소송법)

Constitutional Law (헌법) (학교마다 다르지만 거의 대부분 1학년 때 수강한다)

Legal Research & Writing (법률 리서치 및 작문)



여기에 추가적으로 변호사시험 과목이 아닌 기타 과목을 수강할 수도 있는데 내가 처음 재학했던 학교에서는 Transnational Law (국제법) 과목이 1학년 필수과목이었다. (필자는 처음에 상위 티어 1 이내 로스쿨에 입학한 후 환경, 커리큘럼 등의 이유로 다른 상위 티어 1 로스쿨로 1학년 마치고 편입하였다)




아직도 미국 로스쿨 첫 1~2주의 공포와 두려움이 생생하다. 처음에 재학했던 로스쿨은 쿼터제여서 1년 과정을 세 학기로 나누어 한 학기당 10주 정도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학업 분량을 소화해야 했다. 나는 총 세 쿼터동안 앞에서 언급한 필수과목들 이외에도 국제법, 법학 입문 등 총 48학점을 수강하였다. 지금도 어떻게 내가 무려 48학점에 달하는 학업량을 견뎠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첫 학기 시작하기도 전에 내게 큰 부담과 공포로 작용했던 것은 한 과목당 이수학점이었다. 첫 학기 Torts와 Civil Procedure 경우 각각 7학점, 6학점짜리 과목들이었다. 난 미국 학부를 다녀봤지만 7학점, 6학점짜리 과목을 본 적이 없었다. 7학점, 6학점짜리 과목은 1학점당 1시간의 수업으로 편성되어 월화수목금 거의 매일 수업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참고로 다른 두 학기제를 채택하는 로스쿨들은 과목 당 최대 4학점 내지 3학점으로 커리큘럼을 편성한다. 미국에서 쿼터제를 채택하고 있는 로스쿨은 단 3곳이다.) 



엄청나게 큰 과목 이수학점의 부담감과 로스쿨 교수들의 콜드 콜 앞에서 첫 1~2주는 정말 자퇴 생각이 많이 났었다. 로스쿨 첫 주에 거의 대부분의 교수들은 좌석표 종이를 만들어 학생들 이름을 기입하게 하여 한 학기 동안 누가 어디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지 파악하고 콜드 콜을 한다. 특히 내가 재학했던 로스쿨 Torts 교수는 굉장히 깐깐하게 콜드 콜 수업을 진행했었다. 90여 명의 학생들을 매시간마다 세 명씩 무작위로 호출하여 한 사람당 4~5개 정도의 질문을 던지며 성적 평가를 하였다. 90여 명 턴이 다 돌면 남은 수업기간 동안 한번 더 턴을 돌면서 콜드 콜을 하였다. 교수는 미리 예습을 해와야 하는 연방법원 판례들을 가지고 날카롭게 사실관계 및 Rule (Common Law 법원칙) 관련된 질문들을 학생들에게 던졌다.



특히 교수들은 Hypo 라 불리는 가정법 질문을 많이 던지기도 한다. "Suppose~" 혹은 "What if ~" 형식의 질문들은 기존 판례 사실관계를 바꿨을 때 어떻게 판결이 달라지는지 법원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로스쿨 학생들의 법적 사고력과 논리력을 향상하기 위한 훈련의 과정이다. 기말고사 사례형 대비 차원에서도 교수의 Hypo 질문과 예상 답변을 기억하고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로스쿨 수업은 한국처럼 차근차근 교수가 주입식으로 칠판을 사용하며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다. 교수들이 한 학기 동안 거의 칠판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말로만 학생들과 묻고 답하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적잖이 놀랐다. 물론 교수에 따라 PPT 슬라이드를 사용하며 주요 판례 및 개념들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도 하지만 강의는 주로 묻고 답하는 형식이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어서 뭐가 중요한지 아닌지를 스스로 판단하여 필기를 해야 한다. 교수와 학생 간의 대화가 굉장히 빠르고 다른 동기들의 답변이 다 정확하지는 않아서 대체 수업 시간에 무엇을 필기를 하면 좋을지 처음에는 눈앞이 깜깜했다. 멍하니 아무런 필기도 못한 채 수업이 끝나는 경우도 있었고, 뭔가를 노트북으로 정신없이 정리하고 있는 다른 미국인 학우들을 보면서 부럽기만 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내게 로스쿨 첫 학기는 정말 시련의 연속이었다.



과목당 매일매일 예습해 와야 할 판례들이 4~5개 정도로 한 주당 대략 30~40개 영어로 된 어려운 연방법원 판례들을 소화해야 했다. 처음에 판례 하나 읽고 케이스 브리핑(사실관계, 주요 법원칙, 결론에 도달하는 적용 논리, 결론, 반대의견 정리)하는데만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국 로스쿨에서는 미리 학생들이 예습해 오는 판례들을 가지고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예습을 철저히 하지 못하면 교수들의 콜드 콜 및 강의를 따라가기 굉장히 어렵다. 예습은 케이스 브리핑 형식으로 따로 노트북에 정리를 해놓거나 교과서에 형광펜으로 줄을 치고 메모하는 형식 등 각자 편한 공부방법으로 준비를 하면 된다.



미국 로스쿨 과목들은 거의 다 중간고사(Midterm)가 없다. 단 기말고사(Final) 한 번으로 로스쿨 학점이 결정되는 무시무시한 시스템이다. 콜드 콜 성적 반영은 10프로 내외이거나 교수 재량으로 성적에 거의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기말고사는 교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에세이 사례형으로 출제된다. 수기로 작성하는 게 아니라 각자 노트북을 가지고 시험답안 작성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여 타자로 시험답안을 작성하고 종료 후 제출 버튼을 눌러 제출한다. 시험시간은 과목당 약간씩 다르지만 3시간 혹은 4시간가량의 시간이 주어진다. 굉장히 긴 시간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영어로 답안을 타이핑하면서 작성하다 보면 시간이 타이트하거나 모자라는 경우가 많다.




미국 로스쿨을 염두하고 있거나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미국 로스쿨의 생생한 분위기를 계속해서 전달하고자 한다. 직접 몸소 겪었던 시행착오를 소개하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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