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막 위에 구름이 머무를 때
난 짐을 싸면 안 된다
그 구름이 걷힐 때
난 자리를 깔아서는 안 된다
나의 갈 길과 방향과 시기는
성막 위의 높으신 분께서 정하신다
난 결정하지 않는다
난 고민하지 않는다
길어지는 실업의 기간
구름은 보일 듯 보이지 않고
난 짐을 싸지도 풀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 환골뼈에 쥐가 난다
절뚝여도 좋으니 구름만 보였으면 좋겠다
나의 기도는 어디에 맺혀 있을까
구름이 뭉쳤다 흩어짐은
우연이 아님을 믿는 수밖에
주여, 어디든 머무소서
나는 그곳을 끝없이 바랍니다
내 짐, 욕심, 바람, 이기, 무지들 조촐하면
어디든 쉬이 출발하고 쉬이 도착하겠지
내 앞의 광야는 신과 옷을 해어지게 못하는데
용기가 먼저 닳아 없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