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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청중독 Oct 23. 2022

전작 만한 후속 편은 없다의 새로운 사례

[영화 리뷰] 오펀: 천사의 탄생

※키노라이츠 인증회원으로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오펀: 천사의 탄생>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전작을 따라갔지만 약해진 서사와 시시한 반전

<오펀: 천사의 탄생>은 전작 <오펀: 천사의 비밀>의 후속작이자 프리퀄 영화이다.

전작의 주인공인 이사벨 펄먼이 다시 주연을 맡았고, 13년 만의 후속작인만큼 이사벨 펄먼도 12살에서 지금은 25살이 되었다.


이전에는 12살의 아역배우로 미친 사이코패스 연기를 보여주었다면, 이번에는 더 이상 아이의 모습이 아닌 관계로 CG와 특수분장, 대역을 활용해서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물론 영화를 보면 거의 티가 나지 않지만 전작을 보고 바로 본다면 약간의 위화감이나 얼굴이 조금은 달라진 걸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스토리는 전작에서 잠깐 등장했던 에스더의 일가족 살해 및 방화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에스더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기원을 다루고 있다. 다만 영어 원제인 <오펀: 퍼스트 킬>이라는 제목과 다르게 첫 살인을 다룬 스토리는 아니다.


천사의 비밀 시점에서 바로 직전에 있었던 사건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전작의 팬들에게 높은 기대감을 선사한 작품이었지만 아쉽게도 영화의 퀄리티는 전작을 따라가지 못해서 기대보다 큰 실망만이 남은 후속작이 되어버렸다.


전작에서는 주인공 에스더의 정체가 가려져 있다가 드러나면서 생기는 반전과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공포가 존재했다면, 이미 에스더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시작하는 프리퀄에서는 충격적인 반전도 공포도 찾기 어려웠다.


단순히 에스더가 사이코패스라는 걸 관객이 알고 있기 때문에 반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전작의 서사를 거의 비슷하게 따라가면서 생겨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에스더의 행동이나 입양되는 과정, 그 이후의 행보 등이 전작과 유사한 형태로 흘러가면서 뻔히 예상되는 장면이 많이 보였고, 새로운 대립으로 넣어두었던 반전 역시 생각보다 심심하게 전개되면서 흥미를 끌지 못했다.


비슷한 사례로 타짜 시리즈가 있는데, 타짜 역시 성공적인 1편 이후 2편과 3편을 비슷한 플롯으로 제작하였으나, 1편을 뛰어넘지 못하고 아류작으로 남고 말았는데 <오펀: 천사의 탄생>도 아쉽지만 아류작으로 남고 말았다.


<오펀: 천사의 탄생>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전작의 캐릭터를 잘 녹여낸 초반부

아이의 모습이지만 누구보다 잔혹하고 똑똑한 리나(에스더의 본명)라는 캐릭터를 소개하는 초반 정신병원 장면은 아이의 모습임에도 결코 방심할 수 없는 리나의 존재감을 잘 보여주는 등장 씬으로 시작한다.


이후 탈출 과정에 있어서도 꽤나 압축적인 전개가 펼쳐지긴 하지만 치밀하고 과감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리나 특유의 사이코패스적 면모가 잘 드러나고, 거슬리는 건 모두 치워버리면서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넘나드는 캐릭터의 이중성을 잘 표현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초반에 리나의 과거 행적이나 욕망을 조금 더 드러내서 리나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깊이감을 형성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게 리나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만 설명하고 다음 스토리를 위한 초반 빌드업 정도로만 소모되어버린 점이 아쉬웠다.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뼈대와 효과 없는 반전의 중반부

이후부터는 에스더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가족에게 접근하는 이야기인데, 전작을 봤다면 너무 뻔하게 예상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새로운 가족에게 들어가고, 속이고, 거짓말하고, 의심이 피어나고… 에스더가 사이코패스라는 걸 몰랐던 1편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긴장감을 형성하고 관객에게 궁금증을 줄 수 있었겠지만, 이미 정체를 알고 있는 2편에서는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하고 소모되는 장면들이었다.


그러다가 <오펀: 천사의 탄생>의 유일한 반전이 등장하는데 이게 너무 뜬금없었다.

뭔가 아무리 반전이라지만 복선도 별로 없었고 반전 이후에 더 긴장감이 쌓여야 하는데 반전 이후에는 뭐랄까 공포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고 애매한 영화가 되어버려서 재미가 급격하게 하락한다.


그리고 영화 시간이 98분으로 짧은데 초반부에 캐릭터 서사를 설명하고 중반부에 뻔한 스토리 빌드업에 후반에 이상한 반전까지 넣다 보니 급전개가 많아지고, 의미심장하게 등장했다가 어이없이 퇴장하는 캐릭터들이 남발되고 전체적으로 개연성 없이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오펀: 천사의 탄생>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치밀하지 않은 대립과 실망 가득한 후반부

마지막 클라이맥스로 다가갈수록 극 중 인물 간의 대립이 고조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일차원적으로 풀어져서 전작에 비해서 심리전도 없고, 단순한 투닥거림처럼 느껴진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갑작스럽게 맞붙게 되는데 에스더도 에스더와 맞붙는 상대도 위협적이거나 무섭지 않아서 제일 하이라이트로 느껴져야 하는 후반부가 가장 실망스러웠다.


특히 영화의 가장 마지막 에스더의 퇴장 씬은 긴장감 가득했던 등장 씬과 완전 반대될 만큼 어이없는 CG의 향연으로 실망스러웠던 후반부의 정점을 찍으면서 마무리된다.


안 그래도 약간 애매했던 디에이징 기법에 아쉬움을 느끼던 관객에게 허접한 CG로 둘러싸인 불 속을 에스더가 유유자적 걸어 다니는 연출은 감독이 모든 개연성을 내던지면서 갑작스럽게 퇴장 씬에서 멋을 부리는 것으로 밖에 안 느껴졌으며 최근 본 영화 중 최악의 퇴장 씬이라고 할만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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