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처음 들어봤지만 “매그넘 포토스”라는 유명 사진 스튜디오에 소속되신 역사적인 사진작가분의 다큐멘터리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과거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무하마드 알리 옆에서 동행하며 사진을 찍으셨던 일화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대단한 위치에 계셨던 분인지 실감했다. 또한 영화의 스토리가 작가님의 마지막 사진 여행임과 동시에 작가님의 일생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다 보니 중간중간 작가님이 지금까지 찍어오신 많은 사진들이 나온다. 그래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과 동시에 사진전을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전에 비비안 마이어 전시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는 보지 않고 갔다가 전시회 먼저 보고 영화는 나중에 봐야지 하고 미뤄둔 적이 있었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니 작가님이 전시회를 하신다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참에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는 작가님의 지금까지 커리어에 대해서 차근히 말해주곤 하는데, 처음 포토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당시 찍었던 사진들이 보여진다. 아무래도 저널리즘의 특성상 미국 내에서 이뤄졌던 다양한 사건과 역사가 등장하고 현시점의 미국이 대비되면서 나타난다. 이러한 영화 흐름은 마치 작가님의 커리어를 비춤과 동시에 미국의 역사를 함께 보여주면서 시대적인 흐름과 변화도 보여주었다.
사진작가라는 직업이 사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 이야기까지 함께 그려내는 직업이라는 점이 영화에서도 보이는 것이다.
이후 그의 사진이 변하는 과정을 보여진다. 처음에는 사건에 집중하던 모습에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분위기를 담아내는 것으로 넘어가고 마지막에는 자연을 찍은 사진까지 등장하면서 마치 나이를 먹어감과 비슷한 커리어를 보인다. 그것이 실제로 작가님이 나이를 들어가심에 따라 가지게 된 변화인지 단순한 우연인지, 편집에 의한 연출인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마지막 사진 여행을 떠나는 지금의 모습에 너무 어울리는 서사로 다가왔다.
마지막 여행과 사진작가의 삶
작가님은 알츠하이머를 3년 간 앓으면서 많은 기억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마지막 여행을 떠나신다. 이전에 알고 지냈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제는 떠나버린 사람들을 추모하지만 대부분은 기억하지 못하시는 장면들이 나온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이제는 떠나간 이전에 친했던 동료 “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작가님은 아내와 함께 폴을 추모하지만 끝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사실 그가 찍은 사진은 기억이 나지만, 그에 누군지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이 대화는 이전에 아침을 먹으면서 했던 대화와 묘하게 연결되는데, 사진이라는 것은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기억을 잃어가면서 사람은 잊히기도 하지만 그가 찍은 사진만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처럼 작가님이 지금 알츠하이머로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많은 것들을 기억 못 하겠지만 찍으신 사진만큼은 우리에게 남아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또한 사진작가라는 직업조차도 사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그 사진을 찍은 작가님들은 기억에 남지 못한다는 점이 이 다큐멘터리가 그러한 인물을 그리고 있음과 동시에 그 인물의 기억도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남은 것과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반복되는 이야기를 남기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