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외딴 성>을 만든 하라 케이이치 감독은 <컬러풀>이라는 영화로 유명한데, 나도 보진 않았지만 일본에서도 국내에서도 호평받은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해당 작품 역시 힘든 상황 속에 놓인 아이가 현실을 극복하고 끝내 성장해 가는 서사를 그린다. 이번 영화인 <거울 속 외딴 성> 역시 처음에는 판타지 추리 애니메이션인 줄 알고 갔지만 보고 나니 청소년의 성장 서사 애니메이션이었다.
나는 짱구 극장판을 거의 보지 않아서 잘 몰랐지만 컬러풀 이전까지는 <짱구는 못 말려> 애니메이션과 극장판을 담당하면서 짱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감독님으로 유명하신 분이었다. 특히 짱구 극장판 중 단연코 불후의 명작으로 뽑히는 <어른제국의 역습>을 제작한 감독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조금 놀랐다. 이외에도 1기부터 12기에 이르는 극장판에 감독, 혹은 콘티 등으로 대부분 참여하셨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느낀 공통점은 대부분의 작품들이 아이들의 성장 서사를 다루지만 학교 폭력이나 가정 내 불화와 같은 조금은 무거운 주제를 함께 넣어서 어른들에게는 반성을 아이들에게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영화를 자주 다루신다는 것이다.
영화 <거울 속 외딴 성> 스틸 컷 [출처: 네이버 영화]
동화와 청소년 소설 그 어딘가
<거울 속 외딴 성>은 작품 속에서 주요 세계관을 동화에서 가져온 부분들이 있는 만큼 성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동화스럽다. 하지만 성 밖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나 작품 초반부 주인공의 서사는 청소년 소설의 분위기를 띤다. 결과적으로 '힘내'라는 느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아 청소년 소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으나, 한편으로 작품 포스터나 예고편만을 보고 판타지 동화 분위기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비슷한 분위기에서 조금 더 동화스럽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면 픽사에서 나온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당 영화의 경우 비슷하게 성장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전형적인 모험을 통해서 역경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동화적인 내용이며, 세계관 역시 완전한 판타지 세상으로 더 신비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의 작품 역시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하지만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내용인 만큼 기운차고 희망찬 느낌이 강하고, 이러한 서사가 조금 더 대중적인 영화의 재미를 살리기에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거울 속 외딴 성>의 경우 조금 더 어두운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부분이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영화라서 다른 애니메이션들보다 조금 더 무겁게 다가오는 영화였다.
영화 <거울 속 외딴 성> 스틸 컷 [출처: 네이버 영화]
다채롭게 담았으나 섞이지 못한 아쉬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던 영화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어쩌면 내 취향에만 안 맞는 거였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가볍게 적어볼까 한다.
내가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은 몰입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선 앞서 서술했던 대로 기대하고 갔던 영화와 실제 영화의 분위기가 꽤 달랐다. 영화는 제목처럼 거울 속에 있는 외딴 성에서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거울 밖 현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메인이 될 것이라 생각한 거울 속 요소들이(소원의 방, 늑대님, 열쇠 찾기 등) 영화 후반부까지 거의 지나가는 요소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특히 초반부에는 꽤나 추리물 느낌이 강하고 중반부에도 꾸준하게 복선을 드러내지만 전체적으로 끼워 맞춰진다는 느낌이 강하고 마지막에 모든 추리가 풀리는 부분은 너무나도 허술하고 갑작스러워서 전혀 긴박함을 느끼지 못했다. 또한 지나치게 클리세 적으로 풀려가는 엔딩은 그 감동마저도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거울 속 외딴 성>은 원작 소설이 있고 만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소설과 만화를 보지 않아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소설에 비해서 조금은 축약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화 <거울 속 외딴 성> 스틸 컷 [출처: 네이버 영화]
그리고 초중반부 메인 시점이던 주인공 코코로의 사연과 후반부 갑작스러운 외딴 성 내부 사건은 각각 개별적인 사건이라서 두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코코로의 사연에 몰입해 있다가 다른 등장인물 6명의 사연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연결이 누군가에겐 감동적인 전개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몰입이 깨지는 부분이었다. 또한 그 사연들이 너무 무거웠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다. 외딴 성에서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모험을 하던 코코로의 장면과 현실의 암울한 사건들은 극적인 대비를 만드는 장치이면서 감독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확실하게 보여줬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가장 아쉬웠던 건 그래도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는 결말에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지만 결과적으로는 현실의 문제가 해결되는 장면은 직접적으로 들어가지 않아서 단순하게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식의 마무리가 되어버린다는 점이 조금 찝찝한 기분을 남게 만들어서 아쉽게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라 케이이치 감독님의 영화를 평소 좋아했거나 <컬러풀>을 재밌게 봤던 사람이라면 재미와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