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강지나, 돌배게, 2023
우리는 진정 가난을 이해하고 있을까? 각종 미디어와 언론에서 비춰지는 피상적인 모습이 아닌, 실제 가난의 본질을 알고 있을까? 부유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크게 모자라지 않게 살아온 나조차도 가난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 그렇다면 부유층이나 사회 지도층은 어떠할까.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 묻는 질문에 오답을 뱉는 이처럼. 비좁은 고시원 방을 보고 믿기 어렵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는 이처럼.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일곱 명의 빈곤 아동이 성장하는 과정을 10년 넘게 추적 관찰한 기록이다. 대물림되는 가난에 갇힌 아이, 문제아로 낙인찍힌 청소년, 가난을 인정하며 복지 제도를 적극 활용한 아이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가난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우리가 가난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상상력의 부족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을 꺼리고, 가난의 원인을 개인의 성품이나 게으름, 불성실함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가난의 대물림과 빈곤의 연좌제, 정상가족 프레임에서 벗어난 청소년들의 곤경, 사회복지 제도의 한계, 청소년 범죄에 대한 단순한 접근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교육 제도의 문제도 지적된다. 육체노동이 지식노동보다 가치가 낮은 우리나라에서, 일찍이 직업과 돈을 위해 진학하는 특성화고는 소위 ‘양아치’를 한 번 걸러내기 위한 작업이다(264쪽). 설령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하더라도 무한 경쟁 구도 속에서 빈곤 청소년들은 또다시 기회를 놓치고 만다.
한정된 자원에서 빈곤 해소와 불평등 완화에 더욱 힘을 쓰면 나라의 성장 동력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모두가 가난해지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단호하게 부정한다. 소수의 성공한 이들이 있고, 다수의 빈곤한 이들이 있다면, 그 사회는 안정적이고 안전하다 할 수 있을까? 분노와 좌절감이 사회 전반에 누적된 사회라면 결코 건강한 사회는 아닐 것이다(262쪽).
책에 등장하는 일곱 명의 아이들은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발버둥치며 노력했겠지만, 여전히 과거의 가난에 사로잡혀 있거나 젊은 나이에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다. 그들의 건강한 정신이 계속되기를 바라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누군가의 말처럼 가난은 뼈에 각인될지도 모르겠다.
엄청난 노력 끝에 가난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보며, 빈곤 탈출을 온전히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책임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그들이 발 딛고 설 수 있는 땅과 환경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우리에게 가난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성찰하게 한다. 가난한 이들의 삶에 공감하고 그들이 당당히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