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쌤 Sep 13. 2022

열정과 슬픔의 기억, 영화 코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기는 영화 추천

윤여정 배우가 오스카 시상식에서 남우 조연상을 시상하면서 '축하합니다'라고 수어로 메시지를 전했고 청각장애인인 트로이 코처가 눈물을 글썽이며 수상 소감을 말했을 때 이 영화가 궁금해졌지만 바쁜 일상으로 그냥 지나가버렸다. 


이번 추석 명절에 남편이 영화를 보고 있는데 잔잔하면서도 뭔가가 끌리는 것이 있어 집안일을 하며 왔다 갔다 하다 눌러앉아 보게 되었다. 이 영화가 바로 그 트로이 코처가 출연한 '코다'였다. 


CODA는 음악 용어로 악곡, 악장의 종결부란 뜻이 있고 음악 전공자인 나는 당연히 그 뜻인 줄 알았지만 Child of Deaf Adults의 약자로 청각 장애인의 자녀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청각 장애인의 자녀의 삶은 고단하다. 부모를 대신해 귀와 입이 되어줘야 하므로 이웃 간의 대화부터 음식 주문, 행정 업무까지 자녀가 대신해야 한다. 이 영화에서 4인 가족 중 엄마, 아빠, 오빠는 청각장애인이고 유일한 정상인인 루비는 학교에 처음 다녔을 때 발음이 어눌해서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다.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 루비의 취미를 이해할 수 있는 가족은 없다. 

우연히 합창단에 들어간 루비는 그곳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을 만나 대학 진학의 꿈을 꾼다. 

하지만 먹고살기 바쁜 가족의 사업을 돕느라 대학 진학은 위기에 처하는데..

 

노래를 부를 때 어떤 기분이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루비는 수어로 대답을 하는데, 뜻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그 표현이 너무 섬세해서 수어를 모르는 나도 감동을 받았다. 수어가 이렇게 아름다웠다니. 

https://youtu.be/ze4Peazx3Fw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은 가정 형편도 좋지 않은 학생을 위해 최고의 가르침을 선사한다. 예쁘고 고운 목소리는 넘쳐나니 너만의 목소리를 내라며 가르치는 장면에선 머리끝이 쭈뼛할 정도의 감동을 느낀다. 

소녀는 영화 '빌리 엘리엇'의 빌리처럼 역경을 딛고 마침내 대학교의 오디션을 보게 되고 본인을 응원하러 온 가족에게 수어로 노래를 한다. 


https://youtu.be/qlTEAXcKssg


조니 미첼의 명곡, 'Both sides now'를 본인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루비가 꿈을 이루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며 영화를 보았다. 내가 십대에 느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다시 되살아 났다. 


이 곡은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 잘 쓰였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부인이 홀로 눈물을 삼키며 들었던 노래로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조니 미첼의 음성이 모두를 위로했다. 


이 곡은 부르는 사람에 따라 그 힘이 다르게 느껴진다. 

젊은 시절의 조니 미첼의 버전을 들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YgtLZCe-GSM


가수가 나이 들어 성숙한 버전은 더 좋다. 나는 이 버전을 사랑한다. 

https://youtu.be/7cBf0olE9Yc


청각 장애인이 나오는 영화지만 이 영화는 음악 영화다. 음소거 상태로 사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감독은 적절한 연출을 하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 

음악에 취한 두 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했는지, 눈물이 계속 나오는데도 가슴 아프지 않고 따스하고 행복했다. 마음이 쓸쓸하고 건조할 때 이 영화와 'Both sides now'를 추천한다. 


영화는 끝이 나도 음악은 남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