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조디악〉(2007)
‘조디악’ 킬러의 신원이 밝혀졌다? 최근 미국의 한 사설 단체가 ‘조디악 킬러’의 신원을 밝혀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디악’ 킬러는 과거 37명을 죽인 연쇄 살인범으로 이 사건은 50년 넘게 잡히지 않은 채로 남아있죠. 그래서 이 소식은 큰 화제가 됐지만, 정작 FBI와 경찰은 "매년 쇄도하는 제보 중 하나 일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50년이 지나도 사건을 추적하는 사람들과 단서를 제보하는 사람들... '조디악 킬러'가 어떤 존재이길래 이들은 지금까지도 사건을 추적하고 있을까요? 데이빗 핀처의 걸작 〈조디악〉을 보면 이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심연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1969년 8월 1일. 샌프란시스코의 신문사들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됩니다. 편지에는 당시 발생한 여러 살인사건이 자세하게 설명돼 있었고, 발신인은 자신이 살인범이라고 주장했죠. 그는 함께 동봉한 암호문을 신문에 공개하지 않으면 또 살인을 하겠다고 협박합니다. 같은 편지를 받은 신문사들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삽화가이자 암호광이기도 한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헨할)가 살인의 숨겨진 동기를 해독해 냅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조디악 킬러의 살인과 협박 편지는 계속되죠.
영화 〈조디악〉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와 같은 신문사의 기자 폴 에이브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샌프란시스코의 경찰 데이빗 토스키(마크 러팔로)와 윌리엄 암스트롱(안소니 에드워즈)를 중심으로 그들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들이 한 발 더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조디악 킬러는 더 많은 살인을 저지르며 두 발 더 멀어집니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카피는 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어떻게든 범인을 잡으려고 했던 이들의 삶은 점점 멀어지는 조디악 킬러 때문에 망가집니다. 회사에서 쫓겨나고,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고, 약물에 빠지기도 하죠. 영화는 이후 조디악 킬러가 세상에서 잊혀지는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소셜 네트워크〉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파이트 클럽〉 〈세븐〉 등을 먼저 본 관객들은 〈조디악〉에서 약간 당황하곤 합니다. 강렬하고 세련된 연출력을 자랑하는 데이빗 핀쳐 감독이지만, 자신의 다른 영화와는 달리 〈조디악〉에서는 담당하고 건조하게 사건과 인물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 인물들이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이 매우 세밀해서 관객도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하죠. 마지막 40여분 동안의 긴장감이 더욱 커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범인을 미치도록 잡고 싶은 인물들의 입장에서 관객도 함께 소름 끼치는 경험을 하게 되니까요.
〈조디악〉에는 여러 '최고의 영화'란 수식이 붙습니다. 먼저 데이빗 핀처의 최고작이란 평가가 많습니다. 또한 여러 매체들을 통해 '21세기 최고의 범죄영화'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조디악〉 같은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면, 이후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의 스펙트럼이 어마어마하게 넓어진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평가를 떠나서도 〈조디악〉은 한 시대의 거대한 사건이 사람들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에 대해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오직 발자국만을 따라가는 무서운 집중력”
★★★★★
- 이동진 평론가
〈조디악〉은 지금,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