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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은영 May 15. 2019

49. 생각은 자란다

홍길동전

49. 생각은 자란다

엄마와 아이가 책읽기 후에 해보는 활동 중 가장 흔한 것이 '주제찾기'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무슨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을까?'하고 아이에게 물으면, 어린 아이일수록 주제와 무관한 이야기만 하곤 한다. 토끼와 거북이를 읽고 '근면성'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이, 토끼에 대한 안타까움만 토로한다. 피노키오를 읽고 '거짓말'에 대해 생각하기 보다 자기 코도 자랄까 걱정만 한다.
     
우리 아이가 2-3학년때, 홍길동을 함께 읽은 후, 느낀 점을 말해 보라면 아이는 별 생각이 없다며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엄마 시각으로는 생각해 볼 문제가 많은 전래동화였기에 아이 반응을 영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생각을 유도해 보아도, 아이는 오직 스토리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아이의 나이에 맞는 생각의 크기란 게 있는 것 같다. 또한 그 크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커지고, 여물어지는 것일테다. 물론 아이가 더 큰 생각을 하길 바라는 엄마 입장에서는 시각을 넓혀주려 애쓰게 되지만, 사실 별 소용이 없는 것만 같다.
아이를 위해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더라도, 아이는 눈부신 풍경보다 신나게 탄 놀이기구만 기억하는 경우랑 같지 않을까? 그러다 자라서 놀이기구에 관심이 없어지면, 자연스레 풍경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이가 이제 5학년이 되고나니, 홍길동을 읽고 나름의 발견을 해낸 것 같았다. 물론 더 열심히 배경지식을 쌓고, 주제를 넓혀가야 하겠지만, 2-3년 전에 비해서는 꽤 발전한 것 같아 기특했다.
계급, 활빈당, 도술이 지금 아이 생각 크기에 딱 맞는 주제의식인 것이다.

그래,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생각의 크기도 자란다. 그런데 나는 불과 2년 전, 아이가 왜 홍길동의 주제의식을 발견하지 못하는지를 답답하게만 여겼다. 
어쩌면 아이의 생각이 빨리 자라길 기대할게 아니라, 내 생각을 더 깊게 만드는데 전념해야하는 건 아닐까? 아이 생각은 순리대로 잘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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