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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Jan 10. 2023

빈티지 마니아

옛것의 미학

여행을 하면 꼭 가는 곳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플리마켓. 일명 벼룩시장이다.


우습게도 난 너무나 새것 느낌의 물건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아이템마다 다르지만 가구나 소품, 그리고 가죽이나 데님의 소재의 물건들은 누군가의 손을 어느 정도 거쳐간 것들을 특히 좋아한다.


낡은 듯 하지만 세월이 느껴지는 물건들이 매력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게 없는 이유는 가치가 있건 없건 그 속에는 말하지 않아도 세월이 쌓아간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건 자체의 용도보다는 쓰면 쓸수록 애정이 가고 가치가 매겨지기도 한다.


분명 처음에는 특별히 다를 바 없는 그저 공장에서 찍어낸 상품들 중 하나이겠지만, 누군가에 의해 쓰이느냐에 따라 퀄리티도 달라질 뿐만 아니라 특유의 색으로 변색되기도 하고 해짐도 달라진다. 때로는 어떤 유명인의 손을 거쳐가며 그저 그 사람이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몸값이 치솟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의 물건은 누구의 손을 거쳐갔는지,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때로는 어이없게 버려지기도 하고, 때로는 박물관에 모셔놓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회사를 다닐 때 옆에 대리님이 먼지 가득 쌓인 샘플 박스에서 미니 블랙 드레스를 꺼냈던 일화가 생각난다.

먼지를 툭툭 털더니 이게 매장에서 70만 원 넘게 판다는 말에 우리는 어이를 상실했다.

십여 년이 넘는 수많은 샘플들을 보며 참 많은 생각들을 했는데, 어떤 것은 고이 모셔놓아 할 정도로 헹거에 걸려있지만, 어떤 것들은 그렇게 아무 가치 없이 버려지기도 하는 것을 보며, 만약 누군가가 잘 어루만준다면, 심지어는 딸에게 물려준다면 결국 마지막 종착지는 쓰레기통이 아닌, 럭셔리 빈티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빈티지를 사랑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 물건을 마구 다루지 않고 끊임없이 애정을 주며 관리하고 사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낡아질 수밖에 없겠지만, 그 작은 빈틈마저 애정으로 덮을 수 있기에 점점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 될지도.


어쩌면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이가 들면 젊을 때처럼 반짝반짝 예쁜 외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체력도 좋고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쌓여 있는 시간의 원숙함과 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무드, 자연스러움은 결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보듬어주고 가꾸어 줄 때 비로소 그 가치는 더욱 발현된다.

사람도 너무 하나같이 모두 완벽하면 매력이 없듯이, 조금의 빈구석과 틈이 보일 때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보듬어주고 어루만져 주고 싶은 이유는 우리가 빈티지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와도 많이 닮아 있다.


시간의 미학, 그리고 끊임없는 애정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참 아름답고 견고한 관계를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이 가치 있는 빈티지를 탄생시키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주말에는 동묘를 한번 가봐야겠다.

새로운 우리만의 Korea vintage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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