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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Oct 20. 2022

소유와 경험 사이

샤넬과 맞바꾼 스페인, 안달루시아

이 나이가 되도록 사실 나는 그렇다 할 명품을 가진 게 없다. 심지어는 패션 인더스트리에 있는데 명품이 없다고 하면 참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나라고 명품 안 가지고 싶어 할까. 그래도 여자이고 사람인데.

하지만 명품을 걸친다고 내가 명품이 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게 절대적으로 스타일리시해 보이지만도 않다는 걸 알기에 그냥 나다운, 평소에 편하게 매는 적당한 질 좋은 가방이나 옷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주변을 보면 소비를 함에 있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가장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듯하다.

소유를 하느냐 아니면 경험을 하느냐.

나에게 있어 소유는 가진 순간 끝나버리는 허무함이였다. 그래서인지 그보다는 무엇 하나라도 배우고 깨닫는 경험에 대한 소비를 더 많이 하게 된다. 아마도 수없이 반복되는 도전과 좌절, 임팩트 있던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성숙하게 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홀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그 시간들을 다지게 했다. 지금까지도 삶의 모든 경험은 누군가 뺏을래야 뺏을 수 없는 소중한 나의 자산이 되었다.


이번 유럽여행 때도 처음에는 파리와 근교까지 2주 정도만 계획을 했기에 예산을 넉넉히 가져갔고 이왕 파리에 가는 김에 남들 다 사 온다는 명품백, 샤넬 지갑이라도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 친구들은 결혼 때 예물로 샤넬백을 받았다던데, 아직 결혼 계획이 없는 나에게는 남의 일 같아서, 아니 평생 없을지도 모를 일 같아서 그냥 내 돈 내산이라도 해볼까 싶었다.


그러다 프랑스 여행 중 현지 신속항원 없이 귀국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개인 스케줄 등을 고려할 때 열흘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사실 2주 정도면 뭐 프랑스는 어느 정도 볼 것 다 봤다 생각이 들어 그냥 한국으로 갈까 싶었지만, 여기까지 멀리 왔는데 다른 지역도 더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음 목적지는 프랑스 남부 아니면 스페인 안달루시아로 좁혀졌고, 예산과 스케줄 등을 고려했을 때 결국 스페인 안달루시아를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는 예정대로 구매할까 생각했던 명품백 혹은 샤넬 지갑을 포기하고 대신 스페인 여행과 맞바꾸었다.


지금 생각하면 스페인에서의 일주일은 평생 기억에 남을 손에 꼽을 여행이 되었다. 줄곧 혼자 다니던 여행이 지칠 때 즈음, 많은 사람들을 스페인에서 만나면서 대화 중에 지금의 나 자신에 대해 많이 되돌아보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미래에 대한 결심이 확고해졌다.

샤넬 지갑이야 언젠가 내가 사고 싶으면 비싸더라도 나중에 살 수 있지만, 여행에서의 경험들은 지금 이 순간 아니면 못할 값진 추억이자 삶의 또 다른 에너지가 되었고 또 하나의 자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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