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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Apr 12. 2023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한 연습

과연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을까?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짐을 줄이는 일이다.

국내여행이나 가까운 근교여행, 심지어는 자차로 운전하는 여행이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고민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의 여행은 어쩌다 보니 장거리 여행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짐이 문제였고,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짐을 줄일 수 있을까부터 고민을 하게 된다.


원래도 그렇게 체력이 좋지 않은 나는 평소에도 무겁게 무언가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봇짐장수같이 내 가방에는 밖에 나가면 이런저런 준비한답시고 이것저것 담아가지만, 사실 그중에서 실제로 밖에서 사용하는 것은 몇 되지 않는다. 그 마저 어쩔 때는 가져온지도 모르고 편의점에서 사버리는 일도 흔하디 흔하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짐을 줄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효율적으로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처럼 택시나 대중교통의 접근이 쉽지 않거나 기다리는 시간의 텀이 많은 곳들은 짐이 곧 그날의 무게다. 일이 안 풀리면 여행에서의 짐은 아무리 중요한 것들이 들어있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당장 내다 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이동이 많은 여행을 혼자 자주 했던지라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짐을 풀며 항상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사는데 그리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때마다 장소마다 날씨나 상황을 감안하여 필요할 것 같아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간 옷들은 막상 여행지에 오면 2/3 정도밖에 입지 못하고 나머지는 그냥 도로 가지고 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혹시 몰라 비상용으로 준비했던 수많은 생필품도 가끔은 여행 중 이것저것 구매한 물건에 치여 가져온 지도 모르게 못쓸 때도 많았고, 때로는 캐리안 가득 짐이 너무 많아져 그냥 버리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만큼 생각보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부지기수였다.


아무래도 의류 쪽에서 일을 하다 보니 옷을 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샘플을 참 많이 받는다. 옷이 많아진다고 해서 좋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이즈에 맞거나 나만의 테이스트에 맞는 옷은 1/10 정도밖에 되지 않고, 되팔고 싶어도 아직 매장에 나오지 않은 시기라 팔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라이선스 문제도 있어 결국 내게 필요가 없으면 주변 지인들에게 주거나 기부하는데, 괜찮을 줄 알고 가져왔다 못 입고 남아버리면 다시 처분하는 것도 또 그렇게 고역일 수가 없다. 정말 시간이 없을 때는 그 조차 시간을 버리는 일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집안에 입지도 않는 옷들이 하나둘씩 쌓여갈 때마다 한없이 좁아진 공간을 보면 과연 이 집의 주인이 나인지 물건인지 모를 정도로 물건에 내 소중한 공간을 내어주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나 자주 정리하고 버리는데도 불구하고 또 막상 버리려고 하면 언젠가는 또 쓰고 입겠지 하며 과감하게 버리는 것도 생각보다는 쉽지 않다.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나마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삶에서 정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해진다.

집에 있는 것들을 시간 날 때 하나씩 끄집어내어 보고, 내가 만약 어디론가 떠난다면 그 물건들이 정말 필요한지 되뇌어본다. 집안 정리로 유명한 곤도 마리에도 마음이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정말 죽을 때까지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어딘가 콕 박아놓고 좀 더 넓게 쓸 수 있는 공간을 없앨 것인지.


물건에서 자유로워지면 마음도 자유로워진다.

그렇게 매번 여행을 하는 것처럼 하나둘씩 진정 삶에서 필요한 것들만을 놓아두고 버리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생각보다 사는 데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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