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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Mar 05. 2023

다시 꺼내어 보게 되는, 여행사진

마음을 설레게 하는 기억의 조각

나에게 사진은 기억의 조각 같은 것이라서 좋은 카메라든 핸드폰으로 찍든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단지 순간순간 보이고 느끼는 것들에 매우 집중해서 초점을 맞추어 찍는 편인데, 어떤 장르나 색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여행하는 그 순간 느끼는 그대로 온 마음을 다해 스스로가 보고 깨닫는 것들을 찍어보려고 하기에 어떤 한 단어로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대단한 작품을 찍는 것도 아니지만, 언젠가는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기억과 감정들을 놓치고 싶지 않기에 무엇으로 찍든 여행에서 사진을 도저히 놓을 수가 없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고 자신의 계정에 올리는 시대다. 누군가는 나처럼 순간을 간직하고 싶을 수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혹은 그럴 듯 하지만 홍보용 비즈니스의 수단으로 로 공유하는 것이 요즘의 여행사진이지만 그래서인지 SNS에 올라오는 여행사진 혹은 그럴듯한 일상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사진에 진심이었던 나에게는 표현의 수단인 사진이 너무 가벼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매개체 자체에 대한 회의가 한동안 들기도 했다.


나의 본격적인 여행사진은 대학교 졸업 전 친구와 처음 해외여행을 갔던 도쿄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대학교 과제 때문에 작은 디카를 가지고 있었는데, 세상 신기한 것들은 다 찍고 다녔다.

이후에도 나는 신기한 세상을 그렇게 미친 듯이 찍고 다녔고 그렇게 하나둘씩 찍은 것들이 어느새 켜켜이 쌓인 게 어느새 20년이 다 되어가려 한다.

가끔 몇몇 도시들은 5년에 한 번, 10년에 한 번 다시 갔는데 때마다 찍은 사진들을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만큼 내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은 조금씩 성장해 있었고, 삶을 바라보는 마음가짐도 좀 더 유연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모아놓은 사진들 중 몇몇 사진들은 아직도 그때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이따금씩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어본다.

생각해 보면 사진 자체의 결과물이 만족스러워 꺼내어 볼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찍은 순간의 기억을 더듬어보고 싶을 때 한 번씩 다시 꺼내어보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한때 사진보다는 깊이 생각하고 여행을 하는 느낌에 대한 순간에 집중하기 위해 여행 중 되도록 사진 찍기를 자제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참 어렵더라.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마음에만 담기에는 너무나 아까웠고 순간을 놓치면 금방 잊혀질 것만 같다. 마치 바람이 불면 사라지는 모래성같이.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이서 온전히 느끼는 순간과 사진을 찍는 시간에 대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다는 것을 해가 가면 갈수록,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 다닐수록 깨닫게 된다.


특히 여행사진을 찍을 때마다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는데, 예전 캐나다 패키지여행 때 같은 방을 쓴 언니다. 그 언니는 나 홀로 여행을 왔는데 당시 언니의 나이가 서른 중반즈음 되었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포토타임에도 사진을 단 한 장도 찍지 않았다. 한창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단 스무 살 초였던 나에게는 너무나 이해가 가지 않아 그 이유가 너무나 궁금해서 물었더니 본인은 사진 찍는 시간에 온전히 눈에 더 담고 싶다고 했던 말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았다. 당시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아서 여행 중 사진만 너무 열심히 찍는 내가 과연 여행다운 여행을 하는 것인가라는 고민을 처음으로 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후 여행에서 여행다운 여행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예전보다 사진을 잘 찍어야겠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여행하는 순간의 풍경과 있는 그대로의 원초적인 모습 자체를 눈에 더 많이 담으려 애썼다. 덕분에 훗날의 여행과 여행 사진들은 다시금 꺼내어 볼 때마다 순간의 감정들이 떠오르면서 삶을 좀 더 풍족하게 만들어 주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기억을 담아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순간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들어보고 두 눈으로 뷰파인더에 담길 수 없는 풍경까지 멀리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찍은 사진들을 꺼내어 보아도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나 이방인으로서 찍는 사람들 말고 직접 대화하며 현지인과 함께한 경험들, 같은 여행객들과 이야기하며 지냈던 기억들은 찰나의 순간이라도 더 오래 기억에 남아있다. 때로는 평범한 장소도 특별한 곳이 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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