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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Jun 23. 2023

어쩌다 사장

출판사를 차리다

사진집을 냈다.

무모하게 시작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언젠가는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만의 인생 버킷리스트였다.

하지만 이제 겨우 40대 초입인 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삶의 지혜와 연륜이 쌓이면 가능할거라는 생각에서 노년에나 해볼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은 너도나도 쉽게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럼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조금은 여유가 있는 지금, 이때 아니면 또 얼만큼 미룰지 알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미루면 영원히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책을 내야 하니 ISBN, 일종의 책의 주민번호증을 내면 좋단다. 얼마나 팔릴지 모르는 책에 구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이왕 이렇게 힘들게 제작한 것 제대로 한번 해보자 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ISBN을 등록하기로 했다. ISBN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출판사 등록과 사업자 등록을 해야 했다. 그렇게 나는 어쩌다 출판사 사장이 되었다.


내 평생 살면서 출판사를 차릴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해서 몇몇 지인들은 내가 책을 되게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시시콜콜한 소설도 그리 진득하게 읽는 스타일이 아니라 현실적인 에세이나 쉽게 읽어 내려가는 시 혹은 그림책, 아트북을 좋아한다. 여행을 좋아해서 가끔 여행 에세이를 읽는 정도. 책에 대한, 문학에 대한 것은 솔직히 잘 모른다.

그런 내가 출판사라니!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을 하나씩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처음 이 책을 기획할 때만 해도 어느 여행 에세이처럼 글과 사진을 같이 엮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사진의 특성상 내가 그리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그 순간의 사진 한 장에서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모든 책이 활자로 읽어야 아는 것은 아니니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들이 있다.

좋은 풍경처럼 혹은 어떤 장면이나 느낌만으로 온전히 마음에 깊게 남을 수 있다.

물론 내가 전달하고 싶은 의미도 있지만, 분명 독자들이 나보다 더 진심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 역시 그 시절의 여행사진들을 찍으면서 오로지 그 순간 하나로, 경험으로 치유를 받았으니까.

그렇게 진심을 나누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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