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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Jun 27. 2023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기록의 중요성

2,30대에는 몰랐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감은 나지 않았다.

여행지를 가도 언젠가는 다시 오겠지 했지만 현실은 쉽지만은 않다. 밥벌이를 해야 하는 어른으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고 나에게 온전히 책임을 질 필요가 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어디론가 갑자기 무작정 떠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흔히들 돈과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우리는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해내는 중이다. 칼같이 잘라 현실을 벗어나기에는 얽매어 있는 것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새 쌓여가는 하루의 삶에 익숙해진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루어 놓은 것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끔 떠나고 싶어도 예전만큼 이상하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여러 이유이겠지만 이미 지금의 삶에 만족한 이유도 크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럴 때면 스리슬쩍 예전 여행의 기록들을 꺼내보게 된다. 글이든 사진이든 뭐든.

나에게는 큰 여행 박스가 하나가 있는데, 여행을 다녀오면 그곳에서 받았던 수많은 팸플릿, 티켓들을 모아서 보관한다. 스크랩해놓기에는 양이 너무 방대하기도 하고 사이즈도 제각각이라 그냥 다녀온 도시별로 분류해 놓는다.


어느 날 몇 장의 박물관 티켓을 발견했다. 문득 다녀온 것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그때의 감정은 도저히 느낄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이름도 기억이 가물가물 했다.


그나마 그곳에 가기 전 찍어두었던 다른 지역의 장소를 검색해 겨우 다녀왔던 박물관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들여다보며 그제야 조금이라도 그때 느꼈던 마음을 다시 들추어 보았다. 하지만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여행에서는 기록의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그때는 모른다. 몇 년이 지나면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장소 이름이나 분명한 고유명사는 찾을 수 있을지라도 나만 온전히 느꼈던 감정은 다시 되돌릴 수가 없다.


요즘은 그래서 갔던 곳이라도 구글맵에 지점을 찍어 놓는다. 이젠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일기장에 그날의 여행일지나 루트를 어느 정도라도 간략히 적어놓기 시작했다. 그래야 그곳을 왜 갔는지, 무엇때문에 갔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라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미 지나간 시간은 너무도 아쉽지만

뒤늦게라도 하나씩 다시 꺼내어 정리해 본다.

정리하며 되새기는 시간도 또 다른 여행의 일부로 남겨두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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