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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Oct 15. 2023

첫 자취방에서

낯선 두려움, 그 뒤에는

사진정리를 하다가 문득 일하러 간 뉴저지에서의 첫날밤이 생각난다.

뉴저지에 취업을 하고 갔을 때, 나는 호기롭게 뭐 별거 있겠어라고 생각했다. 이미 두 번째 출국이었고, 이전에도 지냈던 같은 주였기에 그리 대수롭지 않게 씩씩하게 입국 수속을 밟았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내가 생각한 미국, 뉴저지가 아니었다.

예전에 지냈던 뉴저지는 지인의 집에서 머물렀기에 처음이어도 그리 적응하기가 어렵지 않았는데, 두 번째 입국은 정말 나 혼자 어디 먼 섬나라 한가운데 뚝 떨어진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집을 구하고 간 것이 아니라 일주일 하숙을 하기로 했는데, 그전에 어떻게 해서든지 월세로 살 집을 구해야 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세상에 오로지 나 홀로 남겨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여기서는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었다. 물론 지인이 있다고 하지만, 같은 주라도 원체 끝과 끝의 위치였기에 그렇게 쉽게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운전도 못하고 대중교통이 코앞에 없는 이 미국이란 땅에서 나는 오로지 홀로 모든 것을 시작해야 했다. 물론 하숙집 아주머니가 차로 급한 것은 해결해 주었지만, 차로 본 차창밖 풍경은 온통 스패니시가 가득한 허름한 뒷골목 투성의 낯선 풍경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보아온 미국의 뉴저지의 풍경이 아니었다. 다시 하숙집으로 돌아와서 아주머니가 나가시자마자 미친 듯이 소리를 내며 울었다.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인데 아마 평생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을 만큼 울었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 뒤로도 더한 날들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당시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국제전화카드를 사서 한국에 계신 엄마와 겨우 통화를 했고,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또 울어버렸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동생한테 듣기로는 내가 떠난 후 엄마는 화장실에서 떠난 자리에서 걷어낸 이불을 빨면서 그렇게 통곡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그토록 먼 길까지 찾아올 만큼 나는 그곳에 갔을까. 무엇을 위해 머나먼 땅으로 온 것일까.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이란 곳은 나에게 어떤 부분에서는 매우 버거운 곳이었다. 다름을 받아들이기에는 주변부터 너무 규격화되어있었고 고정되어 있었다. 유연하게 세상을 넓게 보고 싶었던 것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이유는 가족 때문이기도 했고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살아보니 사는 곳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살아보고 깨닫게 되었다. 결국 내가 변해야 하는 것은 사는 곳이 아닌 나의 마음가짐과 생각이었다.


그렇게 첫 숙소와 자취방은 나에게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한 곳이기도 하다.

흘린 눈물만큼 이제는 홀로 하는 것이 뭐든 대수롭지 않게 되었다.

그때의 도전을 나는 인생에서 가장 잘 한 도전 중 하나라고 지금까지도 생각한다. 어쩌면 그 시간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낯선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결국 해보면 생각보다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어디든 다 사람 사는 곳이니까. 다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으니 적당한 모험과 도전은 용기를 내어보기를 바란다. 작은 용기 하나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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