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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Dec 24. 2023

방구석 크리스마스 여행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지난달에 임플란트 수술을 했다.

내년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적어도 3개월은 비행기를 타지 말란다.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왜 생각을 못했지 싶었다.


내년의 여행은 여행보다는 일을 위해 떠날 참이었는데, 결국 일정에 차질이 생겨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행인지 예전만큼 무조건 떠나겠어! 하는 불굴의 의지가 생기지 않는 것을 보면, 나름 현생에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 일지도.


작년만 해도 이곳저곳 크리스마스 장식들 보러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그 유명한 신세계 명동은 기본이요, 현대백화점만 네 곳을 찍고 돌아다녔다.

무얼 보고 싶었을까. 무얼 느끼고 싶었을까.

어쩌면 화려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지 않았나 싶었다.


그래, 한번 즈음은 아무것도 안 하는 조용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보자.

그렇게 가족과도 함께하지 않는, 나 홀로 방구석 크리스마스를 처음으로 맞이해 본다.

쓸쓸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고요한 크리스마스도 꽤 괜찮은걸.


지난날의 행복했던 크리스마스 여행들도 스물스물 떠오르기도 했다.

홍콩과 마카오에서 친구와 함께 날씨 좋은 날 신나게 보냈던 12월과

뉴욕 맨해튼 5번가의 화려한 장식들과 사람들 사이로 걷던 거리,

코로나 직전 떠났던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아름다운 뷰와 크리스마스 장식들 등등.

생각해 보니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여행의 기억들이 참 많았구나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편하고 널브러지는 소소한 나 홀로 크리스마스도

언젠가는 여행의 추억처럼 잊혀지지 않는 또 하나의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행복한 밤,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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