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텔레비전에 나오라게. 나 좀 보게. '우리말 달인'에. 나 지금 그거 보고 있저."
고향에 계신 친정 엄마께서 나한테 전화를 걸어 대뜸 말씀하셨다. 시시하게 그런 덴 왜 나가냐고, 그런 덴 아마추어들이나 나가는 거라고, 내가 허튼소리를 해대자 금방 끊으셨지만···.
TV 퀴즈쇼에 나가서 잔뜩 긴장된 얼굴로 퀴즈 하나를 맞히면 기뻐하고, 못 맞히면 낙담하는 내 모습이 전파를 타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내 일생에 TV에 나올 일이 있을까?
어릴 때는 언젠가 TV에 나오기를 꿈꿨다. 그래서 장래 희망도 뉴스 앵커였다. 대학에 가서도 신문방송학과 수업을 들을 만큼 방송 분야에 아직 미련을 못 버리고 있었고, 심지어 교사가 된 후에도 EBS 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 놓인 학생들에게 내 수업을 통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이었지만, 그 안에 방송을 통해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주목받는 게 좋았고, 잘할 자신이 있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만약 내가 유명한 작가가 되더라도 이기주 작가처럼 강연이나 인터뷰를 하지 않고 조용히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 사람들이 알아보는 유명인이 되는 것보다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가 훨씬 소중하고 가치 있게 느껴진다. 물론, 내가 원한다고 TV에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하! 미래를 단언할 수야 없지만, 아마 내 일생에 TV에 나오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자식이 TV에 나오는 것을 보는 부모님들은 어떤 기분일까? 좋은 일로 나오는 거라면 분명 자랑스럽겠지? 동네 사람들이 아는 체라도 하면 종일 신이 날 수도 있겠다. 특히,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 보지 못하는 자식의 얼굴을 TV를 통해서라도 볼 수 있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
'우리 딸(아들), 잘하고 있어!'
라고 속으로 얼마나 응원하고 기도할까? 하지만, 그러다가 혹여 문제가 생겨서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 일이 생기면 부모의 가슴은 찢어지게 아프겠지. 본인들이 아픈 것보다 자식이 힘들어할까 봐 더 마음 졸이겠지.
아, TV엔 못 나오더라도 욕먹을 짓은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 스타의 부모로 호강시켜 드리진 못해도, 나 때문에 부모님 어깨 움츠러들게 해서야 되겠는가?
엄마! 제가 TV에 안 나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이제 곧 설이니 화면이 아니라 실제로 제 얼굴 실컷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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