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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춘 Jan 28. 2024

책 잘 읽어주는 엄마가 되려면

나는 아이에게 책을 많이, 잘 읽어줬다. 이 점이 엄마로서 내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내가 아이에게 책을 잘 읽어준 것이 아이와 교감을 나누고 아이의 인성과 학습 능력을 기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엄마가 책 읽어주는 시간이 아이가 엄마의 체온을 온전히 느끼고, 냄새를 맡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퇴근을 한 후 샤워를 하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면, 아기를 품에 앉히고 책을 읽어줬다. 하루 한 시간 정도 엄마 품에 안겨 책 읽는 시간이 아이에게는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나 또한 오롯이 아이와 함께 하는 그 시간이 내가 아이를 위해 엄마 역할을 해 줄 수 있어 행복한 순간이었다. 

엄마가 어린아이에게 책 잘 읽어주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추천하고 싶다.

1. 엄마와 책 읽는 시간은 엄마와 교감하는 시간이다. 아이가 엄마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자세와 다정한 엄마 목소리가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을 줄 것이다.  

나는 소파에 앉은 채 내 무릎 위에 아이를 앉혀서 책을 함께 보았다. 내가 뒤에서 아이의 등을 감싸 안는 이 자세는 엄마 품이 아이의 등을 받쳐 주면서, 아이가 등 전체로 엄마의 체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앉으면 내 목소리가 아이의 귀 근처에서 들리기 때문에 나직하게 읽어도 아이가 잘 들을 수 있었다. 지금도 우리가 처음 읽었던 '사과가 쿵!', '달님 안녕', '싹싹싹' 같은 책 제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만큼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간이 내게 참 소중하고 의미 있었다.  시어머니 말씀으로는 낮에 아기가 책을 만지며 "엄마.. 엄마.." 했다는 것으로 보아 아기는 책을 보면 엄마가 떠올랐나 보다. 

2. 책 읽는 목소리는 너무 크지 않게, 속도는 천천히, 느낌은 생생하게 살려서 읽어줘야 한다. 엄마가 큰소리로 책을 읽으면 엄마도 목이 아파서 오래 읽기 힘들고,  듣는 아기 입장에서도 귀가 피곤할 것이다. 아직 말귀를 못 알아듣는 아이가 조금씩 말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읽는 속도도 천천히 조절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일정한 톤으로 정말 '국어책 읽듯' 읽으면 누가 들어도 지루하다. 적당한 곳에서 끊어 읽으며, 등장인물의 성격에 맞게 목소리톤을 조절하면서 생생하게 느낌을 살려 읽어주면 아이가 훨씬 재미있어한다. 책 읽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이 엄마가 아기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중의 하나라고 본다. 

아이가 세 살이 되면서 도서관 나들이를 자주 했다. 유아 열람실은 온돌바닥에 신발 벗고 들어가 앉아서 엄마가 아이에게 소리 내서 책을 읽어줄 수 있게 돼 있었다. 이때 너무 큰 소리로, 빨리 읽어주는 엄마들이 종종 보였다. 돌아다니는 아이를 붙잡으러 다니느라 진땀 빼는 엄마, 연신 "앉아!"를 말하는 엄마, 얼마 못 있고 짐을 챙겨 일어나는 엄마도 당연히 있었다. 아이의 집중력을 탓할 수도 있지만, 엄마가 아이에게 맞는 속도로 재미있게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환경과 다양한 책을 구경도 할 겸 일부러 여러 도서관을 다녔다. 어쩔 수 없이 빨리 나와야 할 때도 있었지만, 공공 도서관 두 시간이 주차료 무료인데 대부분 주차료를 내고 다닐 만큼 아이가 도서관에 머무는 시간을 좋아했다. 더 신나고 재미있는 곳도 많았겠지만 그런 곳에 자주 데리고 갈 만큼의 체력과 경제력이 내겐 없었다. 도서관이라도 자주, 꾸준히 데리고 다니면서 책 많이 읽어준 것이 내 최선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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