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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묘인[光明院] 그리고 오코치산소정원[大河内山荘庭園],

여행처럼

by 우사기

도후쿠지[東福寺]를 나온 발걸음은 코묘인[光明院]으로 향했다. 조금 전 도후쿠지의 혼잡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고 펼쳐진 새로운 세상, 반가웠다.

툇마루에 걸쳐앉아 바라보는 화려하지 않은 풍경,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 정적인 풍경에 잠시 쉬어간다.

잠시 쉬어가는 동안 어디에 마음을 홀딱 빼앗긴 걸까. 자리를 일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스마트폰이 사라졌다. 분명 정원 풍경을 담은 기억이 있는데, 기억을 더듬어 헤매다 티켓 판매소로 가 물어보니 스마트폰을 다시 찾은 나보다 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스마트폰을 건네주셨다. [요캇따~, 혼또니 요캇따] 그 눈빛이 그 말투가 너무 따뜻해서 감사했다. 좋았던 가을 기억 하나.

갤러리로 꾸며진 2층으로 올라가자 자그마한 난로 앞에 서 갤러리를 안내해 주는 분이 계셨다. 춥지 않냐며 웃음 짓는데 그 미소가 너무 예뻐 또 한 번 마음이 따뜻해졌다.

2층 방을 가득 채운 자연을 고스란히 담은 그림들과 한 발 떨어져 내려다보는 정원, 단아하게 펼쳐진 모든 것들이 마음을 흔들고.

다시 일층으로 내려와 왔던 길을 되돌아 걸으니 또 다른 풍경이. 같은 풍경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오래 머물고 싶은 곳.

그날 가을 하늘이 참 예뻤다.

예쁜 가을 하늘이 마음을 계속 흔들어 아라시야마로 돌아온 늦은 오후도 가을 산책을 이어갔다.

아라시야마 치쿠린쪽에 있는 오코치산소정원은 가볍게 오차를 마시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가을가을한 정원에 앉아 쉬어가기 더없이 좋다.

안쪽 공간 창문 너머로는 대나무 숲이 펼쳐져 그 역시 운치 있다.

위로 위로 뻗은 좁다란 단풍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나타나는 시야가 확 트인 풍경.

무성한 단풍 너머로 마을이 보이고 그 너머로 산과 하늘이 그리고 켜켜이 쌓인 새하얀 구름이 보인다. 또 다른 가을 풍경, 한층 깊어진 교토의 가을.

그날 밤은 달빛도 참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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