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종이 쳤습니다.
아 제 인생 말고요, 서강대에요
2015년 8월에 세 가지 우연이 만납니다.
하나는 제가 다니던 서강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이고,
하나는 동네 친구가 신촌에서 토익학원을 다니게 된 것이고,
하나는 둘의 잉여로움이 만나 서강대에서 점심을 먹게 된 것입니다.
2015년 8월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5학기를 마치고 맞는 여름방학이었으니, 군대까지 합쳐서 4년 반동안 서강대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다 제 인생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알게 됐다거나, 중력이 강한 곳은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을 알게 된 정도의 충격은 아닙니다.
그냥 종이 쳤을 뿐입니다.
종이 쳤기 때문에 놀란 것은 아닙니다.
'종이 치는 모습을 보고 놀란 친구'를 보고 놀란 것입니다.
"야 이거 무슨 소리냐"
"응 이거 수업시간 끝나는 걸 알리는 종소리야 방학 때도 학기랑 종이 치는 시간은 같아"
"수업이 끝나는데 종이 왜 치냐"
"그럼 수업이 끝났는데 종이 치지 안치냐"
그렇습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다른 대학교에는 종을 치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서강대에만 종을 친다는 사실을요.
그때 한참 놀라 했지만, 시간이 지나 가끔 그 사건을 곱씹을 때면 무섭습니다.
2015년 8월, 세 우연이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도대체 다른 대학교에는 종이 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언제 알게 되었을까요
서강대학교 학생 여러분들,
다른 대학교에는 종을 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타 대학생 여러분들.
서강대는 수업 시작과 끝 시간에 맞추어
종이 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