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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Oct 09. 2023

어른의 장래희망

로또 1등이 장래희망이 아닌 이유

"너희는 장래희망이 뭐야?"


정말 뜬금없는 질문에 다 같이 웃음이 났다. 장래희망이라, 신박한데? 그런 건 초등학생한테나 있는 게 아니냐는 웃음기 띤 물음에 질문자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생각해 봐. 장래희망은 현실적인 목표랑도 다르고 꿈이랑도 다른 거야. 목표보다는 희망적이고, 막 환상적인 꿈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게 장래희망이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이미 어른이 돼서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장래희망은 또 가질 수 있는 거지.


몰입이 빠른 나와 친구들은 당장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각자 고민한 장래희망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다 함께 책을 읽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북스테이 사장님이 되겠다는 친구도 있었고, 3층짜리 문구점 사장님이 되겠다는 친구도 있었다. 내게 장래희망 같은 건 없을 줄 알았는데, 나도 생각보다 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는 저작권료가 꽂히는 회사원. 솔직히 궁극적인 꿈은 저작권료로만 먹고 살 수 있게 되어 회사원을 그만두고 여행을 다니는 거지만, 양심상 합의를 본 부분이 있다.


이날 가볍게 시작한 대화가 나와 친구들에게 꽤 오래 남았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근데 장래희망이라는 거 되게 곱씹게 되지 않냐면서 각자의 장래희망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으니까.




겉으로 보기에 우리의 장래희망은 로또 1등과 같이 거대하고 터무니없는 것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가장 잊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대변해주는 것이었다.


어른에게 장래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아무것도 나를 막지 않을 때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 거기에는 각자의 오랜 꿈이 담길 수밖에 없다. 책과 조용한 시간을 좋아하는 친구는 북스테이 사장님이, 다정하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사랑하는 친구는 문구점 사장님이, 글과 가사를 써보고 싶은 나는 저작권료를 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덧붙이자면 로또 1등은 사실 다른 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로또 1등이라는 꿈과 장래희망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어떻게 보면 쓸데없어 보이는 이 질문은 꽤나 힘이 있을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계속 좋아하고 있었던 일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자각에서 오는 자극도 있으니 언젠간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 질문의 소중함은 실현 가능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도 하다. 우리의 장래희망이 계속 장래희망으로만 남게 되더라도, 그래 내가 무언가를 좋아해서 그런 장래희망도 생각했었지, 잊지 않으며 계속해서 책과 문구와 가사를 사랑하며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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