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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희철 Jun 17. 2019

소비를 유혹하는 신용카드



요즘 카드 수수료 문제로 말이 많습니다. 소상공인을 위해 카드 수수료를 줄이기 위한 방안들까지 나온 상태인데요. 사실 이건 외국에서는 제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외국과 우리나라는 신용 카드의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신용 카드 시장은 90년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당시에는 무분별한 발급이 문제가 되었었죠. 학생, 직장인 할 것 없이 누구든 쉽게 발급받을 수 있는 게 신용 카드였습니다. 카드 대금을 지불할 여력은 물론 지출을 통제할 능력조차 없던 사람들에게 신용 카드는 재앙이었습니다. 신용 불량자가 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신용 카드 문제가 심각해진 데에는 우리나라 신용 카드의 구조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잠시 신용 카드의 정의를 살펴볼까요?



신용 카드 : 상품이나 서비스의 대금 지급을 은행이 보증하여 일정 기간 뒤에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신용 판매 제도에 이용되는 카드.



그렇습니다. 따라서 신용 카드 서비스는 신용 대출 서비스입니다. 신용을 담보로 상품을 먼저 받은 후 나중에 돈을 지급하는 것이죠. 한 마디로 돈을 빌려 쓰는 또다른 방법입니다. 대출에는 필연적으로 이자가 발생합니다. 이것은 금융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그런데 혹시 신용 카드를 써서 이자를 내본 적이 있나요? 아마 한 번도 없을 겁니다. 그럼 카드사에서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걸까요? 그럴 리는 없죠. 이게 가능한 이유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구조 때문입니다. 바로 가맹점에서 내는 수수료로 이자를 대신하는 거죠.       

   


소비자가 물건을 사고 물건 값을 카드로 지불합니다. 그러면 카드사에서 2~3일 후에 가맹점으로 돈을 보내 줍니다. 10,000원짜리 물건을 샀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가맹점으로 들어오는 돈은 10,000원이 아닙니다. 카드 수수료를 제외한 돈이 들어오게 되는 거죠. 즉, 우리가 무이자로 신용 카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유는 이렇게 가맹점이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대신 이자를 지불하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는 이 이자를 당연히 소비자가 지불합니다. 그래서 해외로 여행을 가면 카드보다는 현금을 더 쓰게 되죠. 해외에서는 카드를 쓰면 이자를 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이걸 ‘외국은 카드 수수료가 비싸다.’ 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외국은 우리나라만큼 신용 카드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이 이자를 가맹점이 아닌 소비자가 지불하는 걸로 바뀐다면 카드 사용량이 확 줄어들 겁니다. 


     

자본주의는 소비로 돌아가는 사회입니다. 광고나 마케팅이 계속해서 더 화려해지고 교묘해지는 이유는 자본주의 시장이 돌아가기 위해서 소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런 소비를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신용 카드입니다. 





일반적으로 현금을 쓸 때보다 카드를 쓸 때 소비가 더 늘어난다고 이야기하죠. 내 주머니에서 당장의 돈이 나가는 현금과 달리 신용 카드는 한 달 후에 금액을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상실감을 더 적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게다가 할부 서비스는 당장 살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는 상품도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아주 편리한 제도입니다. 이렇듯 신용 카드를 쓰는 것이 현금이나 체크 카드를 쓸 때보다 때 혜택이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신용 카드를 활용한 재테크 방법이 책으로 나와 있을 정도로요. 이 모든 걸 무이자로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누리는 혜택보다 부작용이 더 클 때 발생하는 거겠죠.     



우리는 유혹에 약합니다. 



이렇게 편리한 신용 카드가 문제 되는 이유는 신용 카드를 씀으로써 감당하지 못할 소비를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이든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잘못 사용할 경우에는 오히려 독이 되기 마련이죠. 신용 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편리함과 혜택을 위해 사용한 신용 카드가 내 자산 상태를 갉아 먹는 주범이 된다면 그래도 계속 쓰는 게 맞을까요? 소비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까요?     



핵심은 신용 카드를 쓸 때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즉, 내가 쓸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쓴다면 카드를 쓰든 현금을 쓰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죠. 


하지만 현금을 쓸 때보다 카드를 쓸 때 지출이 더 늘어난다면, 그래서 그 지출이 내 한도를 초과한다면 그 때는 카드를 쓰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혜택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나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것일 테니까요. 


반대로 카드를 쓴다고 해서 지출이 더 늘어나는 게 아니라면 카드를 쓰면서 혜택을 누리는 것이 더 좋습니다.    

 



신용 카드의 구조를 다루면서 한도 이야기까지 해보았는데요. 

다음 글에서는 한도를 지키면서 쓸 수 있는 한도 가계부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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