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방송작가였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과 트렌드 변화를 예민하게 바라보며, 사람에 대해서는 가장 먹히는 소재를 뽑아 신속하고 정확하게 담아내야 했다. 방송작가로서는 해볼 만한 프로그램은 다 거쳐본 경력이지만 화려한 강의 실력과 내공을 갖춘 취업전문가들에 비해 기술적으로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서로 추천하는 취업지원관으로 인정받은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고치고 고쳐도 정리되지 않던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생각했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피드백해 주었다는 이유다.
원리는 간단하다. 시청자로부터 공감과 감동을 얻는 글쓰기, 논리로 검증된 글쓰기 방법을 자소서에 적용하면 된다. 기업에서 공감할 수 있는 역량, 그 역량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아 공략하면 된다. 그리고 지원자 스스로 자신의 자소서에 확신을 가지게 된다면, 취업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이끄는 힘이 된다.
유튜브. 취업카페, 수많은 전문가...이론은 TMI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쓰라는 거야?
취업 준비생들에게 자소서는 늘 어렵고, 힘들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TMI 수준의 자소서 솔루션을 주고 있지만, 합격자는 합격자, 나는 나일뿐. 잘 쓰는 방법을 달달 외워도 도무지 써먹을 수가 없다.
어느 대학이나 매달 서류 특강, 자소서 특강이 열린다. 심지어 계열별, 직무별, 학년별로 분반하기도 하고, 강의가 끝나면 전문 강사의 개별지도가 이어진다.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과연 저 학생이 돌아가서 혼자 쓸 수 있을까?’
“도전정신을 어필하세요.” “자신감이 부족해요.” “글이 너무 현학적이네요.” “회사의 인재상을 녹여보세요.” 공식과 매뉴얼만 있다. 그래서, 뭘, 도대체... 어떻게 쓰라는 걸까요? 컴퓨터와 마주 앉으면 막막하기만 할 것이다. 글은 말로 해결할 수 없는 쓰기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전문가 특강을 여러 차례 참여한 학생들이 결과물로 가져온 자소서를 살펴보면, 필자의 염려는 늘 현실로 나타난다.
“선생님,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에서
“선생님, 합격해 버리겠습니다!!” 가 될 때까지...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써놓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정말 쥐어 짜내긴 했는데....”
상담을 신청한 학생들이 첫인사를 대신하는 말이다. 이미 고백했듯이 어떤 의도로, 어떤 역량을 어필하고 싶은지, 결국 어떤 사원이 되고 싶은지, 한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한 문장 한 문장 질문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놀라운 공통점을 발견한다. 대답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기 논리의 오류, 드러나지 않은 강점을 스스로 찾아낸다. 약간의 단서만 주면 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결국 “선생님. 이 정도면 합격하겠는데요.”, “선생님, 이번엔 합격해 버리겠습니다.”라는 취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학생들과 함께 한 시간에 대한 업무 일지이며, 신입 취업지원관으로서의 성장일기이다. 지난 2년, 힘들고 고단했던 ‘취준의 시간’을 ‘늘 감사했다’는 말로 추억해준 필자의 소중한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선생님을 믿고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