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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흐 Feb 01. 2024

어느날, 엄마 눈 한쪽이 제대로 뜨이지 않는다.

어느날 엄마와 식탁에 앉아있던 오빠가 물었다. "엄마, 왜 한쪽 눈을 반쯤 감고있어?" 라고 물었다. 

엄마는 눈 한쪽이 뜨이지 않는다는걸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고, 힘을 줘도 반쯤 감긴 눈은 쉽사리 뜨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안과로 갔고 '안검하수' 판정을 받아 눈 수술이 필요하단다. 


어차피 해야하는 수술이라면 예쁘게 하자라는 생각으로 친구들한테 쌍커풀 수술 병원을 수소문했다.

이제 30이 된 친구들은 10년전 기억을 뒤적여, 수술받았던 병원 기억을 떠올려줬다. 수술날짜까지 잡았는데, 아빠의 추천으로 안과를 한군데 더 가게 되었다. 


다른 안과에서 "이건 안검하수가 아니라 신경 문제다" 라는 진단을 받았다. 진단 결과 단순 안검하수가 아니라, "중증근무력증" 이란다. 태어나서 이런 증상을 처음 들어봤다. 이름때문인지, 한쪽 눈을 반쯤 감고 있는 어딘가 지친 엄마의 모습때문인지 너무 기운빠지는 진단명이다. 


이때까지는 어딘가 조금 힘 빠지는 것 빼고는 괜찮았다. 이게 암의 그림자라는 것을 알기 전 까지는.



대구대학병원과 서울대병원을 거쳐 "중증근무력증"은 "흉선종"이라는 암을 희귀암을 앓는 환자들에게서 

발현되는 증상의 일부이며, 엄마가 흉선암임을 알기까지는 많은 날들이 걸리지 않았다.  



엄마가 암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서울에 pet-ct를 찍으 진단하러 온 날, 

서울역에서 만났을때 지금까지 우리 가족에게 드리지 않았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감겨가는 한쪽눈을 뜨며 내앞에 앉아있는 엄마와, 그런 엄마옆을 지금껏 보지 못했던 무거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아빠, 30년간 살면서 우리 가족 앞에 나타난 가장 큰 고난이었다.  


서울에 사는 딸 걱정할까봐, 많은 말을 삼키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었다. 우리 엄마 생각보다 많이 아프구나. 

꾹꾹 눈물을 참다가 엄마아빠를 데려다주고 서울역에서 뒤 도는 순간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pet-ct 결과가 나왔다. 

이정도면 전이가 많이 되었을거라는 말과 달리 심장 위쪽에만 종양이 있어 괜찮은 상황이라고 한다. 다시 우리 가족에 빛이 드리웠다. 아빠는 "너네 엄마 수술안해도 쌩썡한데"라 하고, 엄마도 죽다 살아났다는 생각인지 "큰 수술 앞두고도 난 간 큰 여자다"라며 12시까지 학원 수업을 하곤했다. 씩씩한 엄마를 두고 서울로 올라왔고, 2박3일 수술을 잘 받고 가리라 생각했다. 


엄마의 수술 시간과 입원시간이 점점 길어지기 전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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