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작업 공간 만들기
2020년 끝자락.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나는 상반기에 이직과 퇴사 그리고 한국 컴백, 격리, 새로운 공부 시작이라는 키워드로 볼 수 있듯이 코로나로 세상이 변한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도 아주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남들의 '일'을 다루는 업을 몇 년간 하면서 스스로에게도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졌다.
과연 나의 Next는 무엇일까.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하면서 한국에 스며들기 위한 6개월의 여유 시간을 가지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는데 나름 윤곽은 잡힌다. 바로 풀타임 잡에 목매지 않는 것이다.
갈팡질팡 하면서 컴백 3개월 차 정도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간간히 링크드인으로 연락 오는 잡 오퍼들 가리지 않고 면접에 응하면서 나의 시장가치에 대해서도 잠시 시험해 볼 수 있었는데 잠시 혹해서 응했으나 떨어진 곳도 있고. 너무나 쿵짝이 잘 맞게 수다 떨듯 화상으로 외국인과 영어로 면접보고 오퍼를 받은 곳도 있으니 호기롭게 거절하기도. 전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의 코어 콘텐츠 혹은 스킬이 메인이 아닌 그 외적인 경험이 중요한 경우, 그 업무와 업의 한계는 명확할 터.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고 피하고 싶은 타입이 나는 누구누구를 안다 가 자기의 능력을 표현하는 최고의 수식어인 사람이다. 돌이켜보면 영업력이 중요했던 내가 저런 말을 하고 다녔던 것 같기에 더 그렇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내 캐파가 아닌 바로 '나의 무엇'이 키워드가 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관계'로의 영업이 아닌 내 콘텐츠/스킬을 셀링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2020년 나의 스승님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유튜브다.
6개월 과정의 절반이 지난 9월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작게나마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부끄럽게도 대학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25살부터 10여 년 동안 내가 수익을 창출한 방법은 오롯이 풀타임 잡에만 의존하고 쓰는 데에만 집중했지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내 본 경험이 없다. 항상 회사를 그만두면 잠시 쉬고 여행하다 다시 이직을 반복, 그런 삶이 익숙했지만 이제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세상이 변했으니.
11월 말까지는 풀타임 수업에 집중해야 했기에
일주일에 시간을 그리 많이 들이지 않고 용돈벌이 정도에 만족할 수 있는 작업들을 시도하면서 하나둘씩 일들을 늘렸다. 물론 모두 재택에서 컴퓨터만 있으면 가능한 작업들.
고정관념을 버리고 작정하고 두드리니 길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았다. 나름 내 스페셜티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것 찾고 시도해보기 + 검색 능력을 더하니 일단 12월은 직전 회사에서의 수입 절반까지는 창출했고, 1월은 3분의 2는 될 예정.
주변 사람들 특히 공직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신기해하면서도 정규직/비정규직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흔하다. 굳이 이해를 구하고 싶진 않지만 한국 밖에서의 6년 동안 내가 봐왔던 세상은 이미 다른걸. 특히 지난 3년은 실적 인센티브 구조로 업무를 해오다 보니 회사에 소속은 되어 있었지만 프리랜서로 봐도 될 것 같다. 스스로 타깃을 정하고 시간관리하면서 책임지고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였으니. 단지 무대가 한국으로 온 것일 뿐.
생뚱맞은 작업들이 아닌 현재도 스스로 공부하고 있는 것과 다 연관이 있는 파트 일들을 찾아서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고 있는데 물론 빨리 끝나면 또 다른 작업을 찾아봐야 하는 아직은 유동적인 상황. 일단은 2월까지 재택으로 진행하는 파트 일로 전 직장 급여를 회복할 수 있다면 애써 위험한 코로나 국면에서 풀타임 잡을 목맬 이유가 없다고 결론을 내었다. 내 공부 시간을 확보하면서 경력에도 도움될 파트 일들로 수익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이 서면 그다음 단계는 다른 일들을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재택에서 일과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생활공간과 업무 공간을 어떻게든 분리하는 것이 중요할 터. 나만의 독립 공간을 야외에다가 만들어 보았다. 여느 때라면 나는 무조건 노트북을 들고 근처 카페에 죽치고 앉아 하루를 보냈을 테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생필품 사러 나가지 않는 이상 아예 외출을 삼가고 있는 집콕 생활 그리고 시골 주택이라는 장점을 살려 이렇게.
나의 작업과 공부에 도움을 줄 필수 장비에도 투자했다.
4GB 램으로 버티다 32GB 램+ 메모리 1TB로 확장한 신형 노트북으로 셋업하고
캐노피 천막으로 나만의 홈카페 아지트를 만든 다음
내린 커피만 가져오면 어디 안 부러운 나만의 작업공간 완성
어느 화려한 사무실에 쫙 빼입고 출근하는 게 아닌 극세사 무릎 담요를 칭칭 감고 슬리퍼 신고 바로 집 문 앞마당으로 출퇴근하는 12월. 캐럴 틀어 놓고 탁 트인 풍경 감상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일하다 책도 좀 읽고 바깥공기도 마시고. But 오후 5시가 넘으면 해진 시골의 밤은 아주 추워서 패딩 입고 난로를 켜놓지 않으면 혹한기 훈련이 되니 요런 갬성은 해가 떠 있는 시간에만 가능합니다:)
2020년 한 해의 마지막을 관심분야의 시험 응시로 마무리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급박하게 돌아가는 코로나 상황에 취소가 되었기에 싱숭생숭한 마음을 미뤄둔 책들 좀 보면서 한해 정리와 새해 계획들을 끄적여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