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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초이 Jan 29. 2023

몸이냐 마음이냐

작은 깨달음


도덕경 (노자지음 정창영 옮김 태학사 2023)


1장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도道

 어쩔 수 없이 도道라고 해보지만

도道는 ‘도道’라고 이름을 붙일 수도 없고

‘도道는 이런 것이다’라고 설명할 수도 없다.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그것을 ‘무無’라고 하자.

거기에서 천지가 시작되었고, 그것의 작용으로 나오는 이름을 가진 만물을 ‘유有’라고 하자.


2장 현상[有]과 근원[無]은 짝으로 된 하나다

모양 있는 현상과 모양 없는 근원,

어려움과 쉬움,

길고 짧음,

높고 낮음,

맑은 소리와 탁한 소리,

앞과 뒤,

이런 것은 모두 상대적으로 동시에 생긴다.


"도덕경"중에서



 책을 읽다가 문득 스치는 생각의 소리들을 적어본다. 사람을 살피면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마음을 얘기해 보자면 형체를 알 수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다. 인간의 몸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어디라고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반드시 마음은 있다.


 무어라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없지만 마음은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가. 마음을 주었다고 하기도 빼앗겼다고도 하지만 이렇게 생겼다고 말할 수 없다. 형체 없는 마음을 누가 만드나. 형체를 갖춘 육신이 만든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입으로 맛보고 피부로 느끼는 것들에 따라서 마음이 생겼다 없어졌다 한다. 이런 마음이 없다면 육신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다. 형체 없는 마음이 형체 있는 육신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인간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또 다른 형체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공기다. 공기 중에 산소가 없다면 만물은 생존할 수 없다. 인간은 대기의 압력을 받으며 호흡을 한다. 숨이 들어가 육신의 혈관을 따라 돌고 나온다. 호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육신은 변화한다. 부처도 호흡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지 않나. 호흡을 잘하면 육신의 늙음을 늦추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일찍 죽음을 맞기도 한다.


 오늘날 단전호흡 석문호흡 요가 명상 등에서 숨 쉬는 방법을 서로 다르게 설명하지만 요체는 숨이 들어가고 나가면서 반응하는 육신을 어찌하는가에 있다. 마음 정립은 호흡하는 순간 반응하는 육신에 따라 달라진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오감을 멈추고 숨이 들어가고 나가면서 반응하는 육신만 느낀다면 마음은 생성하지 않는다. 호흡에 집중하라는 의미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사람은 장점만 있을 수 없고 단점만 가진 사람도 없다. 장점만 보이는 사람이 없고 단점만 드러나는 사람도 없는 법이다. 인간의 육신을 보라. 매력적인 입술이 있지만 배설물을 버리는 항문도 있지 않는가.


천하의 형태를 가진 물상은 변하는 것이 진리다. 인간의 몸도 그렇다. 세월이 흐르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피부가 메마르고 뼈도 약해진다. 변화되는 육신을 멈추어보겠다고 보톡스 보형물을 넣어봐라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때가 오지 않나. 반면 정신은 변하지 않을 수 있다. 형체가 없기 때문이다. 늙어 죽는 순간까지 형체 없는 정신 상태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다. 늘 마음을 정립하면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순수한 욕망이다. 외부에서 전해오는 오감을 멈추고 내부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명상이 여러 답 중 하나일 것이다.


사귀고 싶은 사람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자신의 몸을 살피면 된다. 좋아하는 사람이 앞에 있다 치자. 신체 중에 자신 있는 부위는 잘 드러나게 한다. 감추고 싶은 부위는 최대한 감추게 된다. 내가 상대의 장점을 더 많이 얘기하는지 단점을 더 많이 얘기하는지 본다. 상대의 장점만 보려고 하는지도 따져본다. 단점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다. 상대의 단점을 내가 감당할 수 있나를 보는 것이다. 단점인데도 보지 않으려고 하다가 마음이 완전히 넘어간 상태에서 단점을 참지 못하게 되면 심리적 지배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점을 찾아 지적하라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정도인가 아닌가만 결정하는 것이다. 감당할 수 없다면 마음을 접어야 한다. 그래야 심리적 위기를 겪지 않을 수 있다.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완벽한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한다면 그것이 최대의 단점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따지면 안 된다. 귀로도 들어야 한다. 주변의 평판이 어떤가 들어보아야 한다. 코로 전해지는 상대의 향기도 맡아봐야 한다. 입맞춤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스킨십을 통해 피부로 전해지는 감각도 느껴야 한다. 오감으로 느껴지는 상대를 내 마음은 어떻게 말하는가 들어야 한다. 내 마음은 오감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상대가 무엇을 보는가 어떤 것을 듣는가 좋아하는 음식이 어떤 종류의 것인가도 중요하다.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면 성정이 비슷할 것이고 다른 점이 많다면 성정은 상이할 것이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람은 채식만 고집해서도 육식만 추구해서도 안된다. 골고루 편중되지 않는 식단을 꾸릴 수 있어야 건강을 위협받지 않는다. 몸과 정신은 상호작용한다. 몸이 먼저냐 마음이 먼저냐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신의 몸을 먼저 수양해야 한다는 의미를 알겠다. 내 몸의 반응을 알아채고 마음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마음을 잡으려면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껴지는 감각을 멈출 수 있는 장소로 가자. 조용한 장소에서 반가부좌하고 호흡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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